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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11년 상승장, 코로나19에 좌초…다우, 약세장 진입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2 08:22

수정 2020.03.12 08:22

A trader reacts as he works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New York, U.S., March 11, 2020. REUTERS/Andrew Kelly /REUTERS/뉴스1 /사진=뉴스1 외신화상
A trader reacts as he works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New York, U.S., March 11, 2020. REUTERS/Andrew Kelly /REUTERS/뉴스1 /사진=뉴스1 외신화상


[파이낸셜뉴스] 뉴욕증시의 11년 상승장이 끝나가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다우지수가 지난달 기록한 사상최고치에 비해 20% 넘게 하락하며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 역시 최고치 대비 19% 하락해 약세장 진입을 눈 앞에 뒀다.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전격적인 0.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하고영국 정부는 300억파운드(약 46조원) 긴급 재정정책을 발표하는 등 각국의 대응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낮추지 못했다.

특히 뉴욕증시는 장중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코로나19를 국제적인 유행병(팬더믹)으로 선언하면서 낙폭이 가중됐다.

전체 독일 국민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우울한 전망도 시장을 짓눌렀다.

이와함께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생산능력을 하루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하루 100만배럴 확대하도록 사우디아람코에 지시했다는 소식으로 국제유가가 4% 폭락한 것도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뉴욕증시, 11년 강세장 끝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사실상 약세장에 빠졌다.

다우지수는 전일비 1464.94포인트(5.86%) 폭락한 2만3553.22로 마감해 지난달 12일 기록한 사상최고치에 비해 20% 넘게 하락하며 약세장 영역으로 들어섰다. 2009년 시작된 11년 상승장에 공식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0.85포인트(4.89%) 급락한 2741.38, 나스닥지수는 392.20포인트(4.70%) 하락한 7952.05로 주저앉았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모두 전고점인 사상최고치에 비해 19% 정도 하락해 약세장에 바싹 다가섰다. S&P500 지수는 2708.92를 찍으면 약세장이 공식화된다.

골드만삭스는 뉴욕증시 강세장이 거의 끝나간다면서 S&P500 지수는 올 중반까지 15% 더 하락해 최고치 대비 28%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일 폭락세, 10일 상승세에 이어 이날 다시 약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장중 WHO가 코로나19를 팬더믹으로 선언하면서 낙폭이 심화됐다. WHO는 코로나19 '확산과 심각성' 그리고 '우려할만한 수준의 대응수단 부족'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MUFG 유니온 뱅크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의 강세장 종식이 눈 앞에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하락과 금리인하가 에너지·금융사 실적을 갉아먹고, 다른 부문의 기업활동도 이전 예상보다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실물 경제와 금융경제 모두 심각한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유럽 주식시장 분화 시작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연말까지 급여소득세율 0%로 인하' 방안도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다.

백악관이 세부안을 공개하지 않은데다 상원 민주당이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시장 일부에서는 정책대응의 차이로 미국과 유럽 시장 간에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친다. 유럽의 빠른 대응에 비해 더딘 미국의 대응이 뉴욕증시 하락을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수석 시장전략가 시마 샤는 "미 정부의 적절한 정책대응 결여를 감안할 때 미국과 유럽 증시간 흐름이 분화되고, 차이도 벌어질 수 있다"면서 "미 경제가 이번 충격을 극복하고 둔화를 짧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강력하고, 조율된 정책담당자들의 대응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외에는 이렇다할 재정대응이 나오지 않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영국 정부는 300억파운드 규모의 대대적인 재정정책 계획을 발표했고, '긴축재정'을 고집하던 메르켈 독일 총리도 마침내 재정정책 칼을 빼내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적자재정은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30 지수는 0.35%,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는 1.40% 하락했고, 파리증시의 CAC40 지수는 0.57% 하락하는 등 유럽증시는 뉴욕증시에 비해 선방했다.

메르켈 총리는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오랫동안 고집해온 균형재정 원칙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재정적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면서 "지금은 비상상황"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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