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피해자 74명 중 미성년 16명"...'텔레그램 박사방'의 실체(종합)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0 12:20

수정 2020.03.20 12:22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한사건의 핵심 피의자이자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한사건의 핵심 피의자이자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찍게 한 뒤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박사방'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 여성은 74명이며 이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모씨(20대, 무직)는 공익요원을 이용해 피해자와 유료회원들의 신상정보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범죄행각을 벌였다. 피해자를 협박해 범죄에 가담토록 함으로써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엄벌에 처한다는 방침이다.

■확인된 피해자만 74명…미성년자도 16명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20일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운영자 조씨를 검거해 지난 19일 구속했다"면서 "범행에 가담한 공범 13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했고 나머지 공범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조씨가 자신의 기존 텔레그램 계정 '박사장'을 '박사'로 변경하면서 조씨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박사방'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어플 등에 '스폰 알바 모집' 같은 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다음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박사방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74명으로, 25명은 경찰 조사를 마쳤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16명이나 된다.

조씨는 박사방을 금액별로 3단계로 나눠 유료 대화방으로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후원금을 직접 받지 않고 피해자들이나 공범 명의의 암호화폐 지갑에 넣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했다. 경찰은 조씨 거주지에서 암호화폐를 환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1억3000만원을 압수하고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 추적수사팀'을 통해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돈을 벌기 위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 금액의 암호화폐를 지급하면 입장 가능한 3단계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면서 "피해 여성들을 노예로 지칭하며 착취한 영상물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판매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범죄 가담 '유료회원' 수사 확대
특히 조씨는 박사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을 일명 '직원'으로 지칭하면서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의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조씨는 유료방 회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과 별개로 신분증이나 새끼손가락을 들어서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는가 하면 여러명이 들어가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음란물을 유포하고 인증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사방을 이용한 유료회원들에 대한 수사를 위해 조씨가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상을 다운받거나 소지를 하고 있으면 처벌 대상이고 고액 유료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련 성범죄 영상을 유포해야 하는 등 조건이 필요해 범죄를 이미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면서 "박사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고 사이버상으로 할 수 있는 추적기법들을 동원해서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까지 찾아내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익요원 통해 신상정보 확보
조씨는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들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캐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공익요원들은 주민번호 조회 권한이 없지만 담당 공무원이 바빠 잠시 일을 맡겼을 때를 이용해 신원을 조회하도록 했다.

조씨는 이렇게 확보한 피해자와 유료회원들의 신상정보를 가지고 심부름을 시킨다든가 광고를 올리게 하는 등 협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로 인해 원래는 피해자였지만 범죄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에 가담한 공익요원들은 이 과정에서 일부 대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검거된 공익요원 가운데 1명을 구속해 수사중이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공익요원들을 통해 피해여성과 유료회원들의 신상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주민번호 조회를 통해 가족관계 등 피해자의 인적사항들을 확보한뒤 협박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 신상공개 검토...결정시 '성폭법' 최초
한편 경찰은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르면 다음주 중 공개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되면 성폭력 피해에 관한 법률로는 최초가 된다.
그동안 살인이나 잔혹범죄에 대해서는 특정강력범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신상공개가 진행됐지만 성폭법으로는 신상이 공개된 사례가 없었다.

이와 관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12시 기준 27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위원 4명과 내부위원 3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 다음주 중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공개가 결정된다면 그동안 신상공개에 관한 법률 가운데 특강법으로는 몇차례 공개가 있었지만 성폭법으로는 최초"라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