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대형 증권사, 해외ELS 담보부족 사태… 달러 확보에 사활 [ELS·DLS '시한폭탄']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0 17:54

수정 2020.03.20 21:15

세계증시 폭락으로 유동성 위기
지수 ELS 마진콜 3조∼4조
현금 마련 위해 원화채·CP 투매
유럽지수 ELS 원금손실 급증
원유 DLS 손실구간 진입 1조
대형 증권사, 해외ELS 담보부족 사태… 달러 확보에 사활 [ELS·DLS '시한폭탄']
증권업계에 파생상품발(發) 유동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요 지수가 폭락하면서 헤지를 해놓은 파생상품에서 마진콜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마진콜은 3조~4조원으로 추정된다. 대형 증권사 한 곳에서만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증거금 추가 확보를 위해 '달러 구하기'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파생결합상품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공포감으로 변하고 있다.
유로스톡스50 지수 관련 ELS의 녹인(원금손실구간) 진입 규모는 나흘 만에 6배로 급증했다. 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은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녹인에 들어섰다.

■마진콜 비상, 증권사 '달러 구하기'

미국, 유럽 등의 주요 지수가 폭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마진콜에 떨고 있다. 특히 대형사들은 ELS 발행잔액이 많고, 대부분 자체 헤지거래를 하고 있어 중소형사보다 부담이 큰 상황이다.

자체 헤지거래는 국내 혹은 해외 거래소에 증거금을 맡기고 파생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지수 폭락으로 ELS 관련 헤지 포지션에서 손실이 나면서 해외 거래소는 계약자(대형증권사)에 3조~4조원에 이르는 마진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외국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스와프거래를 하는 백투백 헤지거래를 한다. 외국운용사에 헤지운용에 관해 '외주'를 주는 셈이다. 환리스크를 외국운용사에 떠넘김으로써 마진콜에 대한 부담이 적다.

'달러 구하기' 비상이 걸린 대형 증권사들은 가격이 높아진 달러에 난감한 형편이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불리한 조건도 감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화를 외화로 환전하기도 어려울 만큼 달러가 귀해졌다"면서 "불리한 조건에도 증권사들이 달러를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급한 대로 원화채, 단기물인 기업어음(CP)을 대거 매도해 현금을 확보한 후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고 있다. 일부 연기금도 대거 CP 매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 파는 큰손들, 불안한 조달시장

증권사, 연기금 등 채권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기관들이 원화채와 CP를 대거 매도하면서 채권시장은 물론 기업들도 불안에 휩싸인 모습이다. CP 금리는 최근 3일간 급격하게 올랐다. CP 가격이 급하게 내려갔음을 의미한다. CP 금리(91일물)는 지난 17일 연 1.36%였으나 19일에는 1.41%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도 1.030%에서 1.193%로 급하게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0.5%포인트 인하했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무색할 만큼 채권금리가 급하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자본시장에서 기관들이 채권을 매도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및 CP 차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비우량채의 경우 채권 차환이 막히면 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이날 6개 증권사 사장들과 CP 관련 긴급회의를 했다. 금융당국은 이 자리에서 증권사 CP를 중심으로 금리가 폭등(가격 하락)한 것과 관련, 단기물 시장이 이렇게 가면 시스템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지수 ELS, 4일 새 녹인 6배로

당장 증권사들을 제일 떨게 만드는 것은 유럽지수 관련 ELS다. 발행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유로스톡스50 연계 ELS는 19일 기준 총 39조1285억원으로, 이 가운데 녹인형이 14조703억원에 이른다.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은 339개 종목, 5320억원 규모다.

지난 15일 기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유로스톡스50 연계 ELS가 901억원(109개)이었으니 나흘 만에 6배로 급증한 셈이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지난 16일 장중 2302.84까지 폭락했다. 추가로 하락할 경우 녹인에 진입하는 ELS가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이 외에 녹인 배리어 터치 규모는 홍콩H지수 연계 ELS 4214억원(335개 종목), 코스피 연계 ELS 3020억원(155개 종목) 순이다.

원유 기초 DLS의 경우 녹인 배리어 터치 규모는 1조원에 달하지만 마진콜 리스크는 적다. 대부분 백투백 헤지거래로 해외운용사가 리스크를 떠안은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투자자의 손실 위험도가 가장 크다. 원유 연계 DLS는 100% 가까운 금액이 녹인에 진입했다.

증권가에서는 녹인 규모가 급증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이 손실확정은 아니라며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해당 지수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하면 당초 증권사가 약속한 최초의 수익률을 얻기는커녕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일시적으로 지수가 '반토막'이 난다고 해도 만기 전에 일정수준 이상으로 회복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유 DLS의 경우 주로 3년 단위로 발행한다.
최근 녹인에 진입한 부분은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지금 손실을 보고 중도상환을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남은 만큼 유가가 다시 회복된다고 하면 손실을 만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이정은 김현정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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