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우회로 없나"..삼성·LG 전세기 출장 '악전고투', 외교력 총동원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1 13:02

수정 2020.03.22 1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발열 체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발열 체크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우회로를 찾기 위해 '악전고투' 하고 있다.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전세기를 동원해 해외에 출장 인력을 급파하는 등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기업인의 예외 입국을 상대국가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후 정부와 재계도 핵심 교역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발 입국자 격리 조치를 완화해달라고 강력 제안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베트남과 중국에 대형 및 소형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체제를 구축해야하는 삼성과 LG는 직원들의 '전세기 출장'을 본격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3일 베트남 북부 박닌성 공장에 현지 투입이 필요한 186명의 엔지니어를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파견했다. 당초 700여명의 파견을 검토했던 만큼, 이달 중 2차 출장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인력 파견과 관련해 현지 정부 및 외교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삼성 엔지니어들은 현지 공장에서 다른 직원들과 분리돼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에 쓰일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 개조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OLED 공장 가동을 앞둔 LG디스플레이도 오는 26일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통해 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 및 엔지니어를 현지에 급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달 이 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위한 최종 점검 진행할 핵심 인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 사진=뉴시스
주요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전세기 출장을 추진하는 건 최근 해외 운행 노선들이 감축된 데다,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차 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인으로 신원이 보장돼 있어 현지 당국의 입국 제한의 예외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전세기로 출장을 가기 전 합숙 생활 및 건강 이상 체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하는 국가들로부터 예외 입국을 협의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인 셈"이라고 했다.

외교 당국도 중국·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인들이 현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력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 10일 "건강상태확인서를 소지한 기업인은 예외적으로 (해외) 입국이 허용되도록 협의해보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하는 국가는 174곳에 달한다.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를 강제하고 있는 베트남에선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과 베트남 당국이 협의한 끝에 13일 파견된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에 한해 격리 예외가 실행된 것이다.
외교 당국과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시와도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2일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중국, 일본, 베트남, 홍콩 등 15개국에 철회 요청 서한을 보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각 국마다 한국인 입국 제한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지 대사관을 중심으로 기업인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한국 특정 기업만 예외를 둘 수 있다는 현지 불만도 나올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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