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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수부 무증상 확진자만 11명, 같은 공간 다른 부처 전수조사 "없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1 14:30

수정 2020.03.21 15:47

해수부 확진자 유증상 17명, 무증상 11명
전수조사 이후 확진자 무더기 드러나
복도, 승강기, 화장실 공유 부처 불안 확산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진자 28명이 같은 건물에서 나왔는데도 조사를 해주지 않는다. 같은 복도와 식당을 쓰고 사실상 승강기 하나를 함께 이용했는데도 그렇다.

국가1급 보안시설인 정부세종청사 5동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해양수산부와 사실상 생활반경이 겹치는 국토교통부 및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은 불안감이 상당하다.

방역당국은 전수조사 대상을 해수부 직원으로만 한정짓고 있는 상태다. 해수부 확진자 가운데 무려 11명이 무증상자였고 감염자 상당수가 역학조사가 아닌 전수조사에서 감염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불안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세종청사에 등장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 해수부 앞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추가로 설치돼 증상이 있는 공무원과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세종청사에 등장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 해수부 앞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추가로 설치돼 증상이 있는 공무원과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무더기 확진자와 같은 승강기 썼는데..."

2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이달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정부세종청사 5동 코로나19 전수조사 대상은 해수부 직원으로 한정됐다. 복도, 식당, 화장실, 승강기를 함께 쓰는 국토부 및 농림부는 방역당국 전수조사에서 배제됐다. 건물 전체를 방역하고 일부 시설을 폐쇄했으며, 5동 근무자 절반을 교대로 재택근무하도록 한 것이 조치의 전부다.

특히 해수부 최초 감염자로 추정되는 직원(50대 남성)의 감염경로와 밀접접촉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자아낸다. 이 직원은 세종시 감염 진원지로 알려진 줌바댄스·음악학원뿐 아니라 대구나 중국 등을 다녀온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천지 교회는 물론 확진된 가족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수조사 결과 파악된 28명의 해수부 확진자 상당수가 이 직원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해수부를 넘어 다른 부처 직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데 있다. 청사 건물 내에 CCTV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타 부처 직원들과 밀접접촉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긴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반경 1~2m 안에 밀집해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승강기와 식당 등을 확진자들과 함께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공무원들의 불안감이 상당하지만 방역당국은 해수부 외 부처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이 전무하다. 농림부와 국토부 역시 서로 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림부의 경우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조사를 신청토록 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보고만 하도록 하고 있는 상태다. 소속 공무원들은 자신이 부처를 통해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해수부하고 복도가 공유되지만 그분들이 우리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서 전수조사 계획이 잡혀있지는 않다”면서도 “몸이 약간이라도 이상하면 언제고 귀가하고 필요하면 검사를 받도록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농림부에서 검사를 받은 인원은 11명이다.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추가 발생한 정부세종청사에서 방역당국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대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추가 발생한 정부세종청사에서 방역당국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대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무증상 확진자 수두룩한데 증상자만 보고하라고?

국토부는 현재까지 조사받은 인원이 한 명 뿐이다. 역시 증상이 없는 경우 조사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전수조사 계획은 없고 혹시나 증상 있는 직원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할 예정이라고만 했다”며 “해수부 확진 나오고 나서 개별적으로 (검사를) 받은 분은 없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이러한 상황에 불안감을 토로한다. 해수부 확진자 가운데 여럿이 무증상자였고 이들이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사 모든 동이 서로 연결되도록 설계됐고 부처를 넘어 업무나 친분에 따라 만나는 경우도 수시로 있어 전파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안감의 이유다. 부처 차원에서 방역당국에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국토부 한 공무원은 “해수부 사람들이랑 식당도 같이 갔고 엘리베이터 하나로 같이 다녔는데 왜 해수부만 전수조사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절반 이상은 자기가 감염된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농림부 한 공무원도 “이게 동이 달라도 동기가 있거나 해서 가서 만나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다 파악하나”라며 “무증상자도 나왔다고 하던데 우리가 무증상 감염인 상태로 가족들한테 가는 걸 방치하는 셈 아닌가”하고 비판했다.

한편 21일까지 방역당국은 해수부 외 다른 부처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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