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사' 구속에 '텔렉시트'...2만명 '불법홍보'방도 하루만에 '폭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4:30

수정 2020.03.22 14:30

음란물 등 공유 2만명 텔레그램 단체방 예고없이 삭제
'박사' 조모씨 구속 후 '텔레그램 탈퇴' 검색어 순위에
텔레그램 등 범죄 온상지로 자리잡아..경찰 "집중 단속" 
참여자만 2만명이 넘는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음란물 판매 등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제보자
참여자만 2만명이 넘는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음란물 판매 등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제보자
[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음란물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인 일명 ‘박사’가 구속된 후 범죄 온상지였던 텔레그램에서 단체방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경찰이 텔레그램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텔렉시트(Telegram+exit)'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새벽께 약 2만명의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던 한 텔레그램 단체방이 삭제됐다. 이 방은 ‘텔레그램 n번방 성범죄’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모씨가 지난 19일 구속되기 전까지 참여자가 2만5000명에 육박했으나 이후 3000여명의 참여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해당 방은 각종 불법거래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했다.

논란이 된 ‘박사방’과 마찬가지로 음란물을 공유하는 방의 링크가 올라오거나 대마초 등 마약판매, 불법 도박사이트, 사설 선물거래, 대포통장 및 신분증 판매를 홍보하는 글들도 끊임없이 올라왔다.

관련 내용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가 해당 방에 입장한 후 값을 치르면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다. 그러나 활발하게 운영되던 이 방은 예고도 없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텔레그램은 방장이 방을 삭제하면 참여자들도 과거 게시물을 읽을 수 없고, 방에서 강제로 빠져나가게 된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20일 조씨 등 박사방 운영자는 물론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까지 처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텔레그램 탈퇴’가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n번방 단순 회원도 처벌이 가능한 지 여부와 텔레그램 기록 삭제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신분증 및 음란물 등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제보자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신분증 및 음란물 등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제보자
텔레그램은 기록이 잘 남지 않다는 점에서 각종 범죄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텔레그램 내에서 불법거래를 시도할 경우 성사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한 가입자는 전했다.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래는 직거래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이뤄진다.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기관의 단속이 강화되자 최근엔 게임 전용 모바일 메신저인 ‘디스코드’를 통한 음성적인 불법거래들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에 경찰은 텔레그램,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 등을 '사이버 성폭력 4대 유통망'으로 규정하고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등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접속은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며 “금융추적 기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이버상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