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사 대상될라" 성착취 'n번방' 수만명 '텔렉시트'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7:33

수정 2020.03.23 09:55

n번방 박사 구속에 단체방 삭제
경찰 "운영·가입자 반드시 처벌"
"n번방 운영자 신상 공개하라"
청원 183만명 돌파 '역대 최다'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신분증 및 음란물 등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독자 제보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신분증 및 음란물 등 불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독자 제보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음란물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인 일명 '박사'가 구속된 후 범죄 온상지였던 텔레그램에서 단체방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텔렉시트(Telegram+exit)'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텔레그램 내 영상물 유포 차단과 일당을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입장이다.

■2만명 불법홍보방 하루만에 '폭파'

22일 새벽께 약 2만명의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있었던 한 텔레그램 단체방이 삭제됐다.
이 방은 '텔레그램 n번방 성범죄'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모씨가 지난 19일 구속되기 전까지 참여자가 2만5000명에 육박했으나 이후 3000여명의 참여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해당 방은 각종 불법거래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했다. 논란이 된 '박사방'과 마찬가지로 음란물을 공유하는 방의 링크가 올라오거나 대마초 등 마약판매, 불법 도박사이트, 사설 선물거래, 대포통장 및 신분증 판매를 홍보하는 글들도 끊임없이 올라왔다.

관련 내용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가 해당 방에 입장한 후 값을 치르면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다. 그러나 활발하게 운영되던 이 방은 예고도 없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텔레그램은 방장이 방을 삭제하면 참여자들도 과거 게시물을 읽을 수 없고, 방에서 강제로 빠져나가게 된다.

앞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조씨 등 박사방 운영자는 물론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까지 처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텔레그램 탈퇴'가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n번방 단순 회원도 처벌이 가능한 지 여부와 텔레그램 기록 삭제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텔레그램은 기록이 잘 남지 않다는 점에서 각종 범죄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텔레그램 내에서 불법거래를 시도할 경우 성사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한 가입자는 전했다.

■"해외공조 통해 모두 검거할 것"

경찰은 박사방 등 텔레그램 내 성착취 공유방에서 유포된 영상들이 해외 메신저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국제공조 수사 등을 통해 불법 영상물 유포자 및 회원 근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수사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해외 공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공조를 통해 충분히 검거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게임 전용 모바일 메신저인 디스코드 뿐만 아니라 '위챗' '큐큐' 등 해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불법촬영물 유통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 중이며 삭제차단 요청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 사건을 공론화한 단체 '프로젝트 리셋'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3월 18일 오후 기준 디스코드 내 디지털 성범죄 서버(대화방)는 112개에 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등 텔레그램 내 성착취 공유방의 경우 주범만 잡혔을 뿐, 이용자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국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계획을 세워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공개" 국민청원 역대 최다

한편 '박사'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이날 역대 최다 동의 수를 기록했다.
앞서 가장 많은 동의 수를 기록한 청원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정당해산 청원'으로, 183만1900명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1분 기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모두 183만5195명이 동의를 표했다.
이는 지난 18일 게시된 지 나흘 만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이병훈 김문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