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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조3천억弗 부양책’ 의회서 제동… 하원 "독자안 준비" [미국경제도 직격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3 18:03

수정 2020.03.23 18:03

상원서 찬성 47·반대 47로 부결
항공업 등 기업에 7500억弗 지원
민주 "대기업들에 퍼주기" 맹비난
재정투입 불발에 경제 타격 불가피
로이터 뉴스1
로이터 뉴스1
분초를 다투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용 경기부양책이 표류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부양책이 서민을 무시한 '대기업 퍼주기'식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독자적 부양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부양책이 정치권의 기업 퍼주기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신속한 재정확대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원은 22일(현지시간) 표결에서 트럼프 정부가 이달 3번째로 제시한 경기부양책을 놓고 최종 표결에 앞서 절차 투표를 실시했다. 경기부양책은 투표 결과 찬성 47표, 반대 47표를 받아 절차 투표 통과를 위한 최소 찬성표(60표)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앞서 이번 부양책이 2조달러 가까이 불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의회에 올라온 부양책 규모는 1조3000억달러(약 1648조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번 대책은 바이러스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여행·항공 산업을 포함,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7500억달러)과 미 연방준비제도가 진행하는 각종 대출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4250억달러)으로 나뉘어 있다. WSJ가 입수한 초안에 의하면 미국민 가운데 수입이 없는 성인과 아동에게 각각 1200달러, 500달러씩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화당과 정부의 부양책을 접한 민주당은 이번 조치가 대기업 지원만 신경 쓰고, 실직자 보호나 기업 통제 같은 부분은 간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항공산업에 대한 500억달러 구제금융과 별도로 대기업들에 50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두고 민주당은 대기업 경영에 과도한 지원으로 빠져나갈 수많은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경영진 급여 인상도 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여당이 대출보증 및 투자지원 자금으로 재무부가 요청한 금액의 2배 이상을 책정했다고 항의했다. 최근 민주당 경선을 포기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여당과 정부의 제안은 대기업들에만 혜택을 주고 나머지는 전부 버려두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화당의 펫 투메이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은 22일 NBC와 인터뷰에서 항공·레저 업계 대기업들에 직접 돈을 쥐여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당 업계가 고용을 유지할 때만 "대규모 신용대책"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주장에 대해 고용유지를 위한 더욱 강력한 제약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단 상원에서 재표결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별도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상원이 경기부양책을 확정하면 그때 양원이 모여 협상을 통해 최종안을 조율하자고 주장했다. WSJ는 협상 과정이 길어질 경우 자금투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선제적 재정투입이 시급한 가운데 의회에서 표결이 불발돼 미국 경제에 타격이 우려된다.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3만3276명, 417명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피해가 컸다.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 장 마감 후 거래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물은 코로나19 피해 확대와 의회의 갈등이 알려지면서 개장과 동시에 폭락했다. 양대 시장은 낙폭이 5%에 가까워지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나스닥 선물은 4.9% 하락해 겨우 거래정지를 면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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