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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세계, 제조업 멍들고 IT 급부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4 13:12

수정 2020.03.24 13:12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아마존 로고가 찍힌 소포들이 배달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아마존 로고가 찍힌 소포들이 배달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산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과 IT 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잇따른 공장 폐쇄로 위기에 몰린 반면 IT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았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및 봉쇄 명령이 확산되면서 약 15억명의 인구가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날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38만1293명이라고 집계했다.
환자 숫자는 중국 다음으로 이탈리아, 미국 순으로 많았다.

■코로나19로 잇따라 공장 닫아
중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환자가 늘어난 미국에서는 곳곳에서 조업중단이 이어졌다. 지난해 '737 맥스' 결함으로 홍역을 치렀던 보잉은 지난 1월 해당 라인 조업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에버렛에 있는 다른 공장의 조업도 멈추겠다고 밝혔다. 에버렛 공장은 '737 드림라이너'와 군용 공중급유기 등을 제작하는 핵심 시설로 25일부터 2주간 문을 닫는다. 23일까지 에버렛과 인근 시애틀에서 근무하는 직원중 최소 3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노조측은 주말에 에버렛 노동자 1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같은날 보잉에 엔진을 납품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 또한 성명을 내고 항공 사업부에서 전체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2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GE 구조조정을 서두르던 래리 컬프 GE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수요 감소로 감원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남은기간 자신의 급여를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룩셈부르크 기반의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도 이날 수요 감소를 지적하며 미국 시카고 동부와 캐나다 온타리오의 용광로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조업 중단은 미국 밖에서도 이어졌다. 일본에서 전체 생산량의 38%를 만드는 도요타는 24일 발표에서 일본 내 5개 공장의 가동을 다음달 3일부터 최대 15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푸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PSA그룹은 앞서 지난주부터 유럽 전역의 공장을 멈췄고 르노 역시 프랑스 내 공장 12곳의 조업을 중단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 또한 이탈리아와 동유럽 공장을 멈췄으며 이달 27일에나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IT 업계, 재택근무 확대로 호재
반면 주요 IT 기업들은 직장 대신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스(NYT)는 재택근무 때문에 자사의 IT 기반시설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을 포기하고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운영하는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신저 기반의 원격 협업 솔루션 '팀즈'를 운용하는 MS는 지난 19일 발표에서 일일 팀즈 이용고객이 4400만명에 이르렀다며 1주일 만에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라드 스파타로 MS 365 부문 부사장은 "원격 업무가 급작스레 범세계적으로 퍼졌으며 이러한 업무 형태는 우리의 업무 및 교육방식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는 아마존은 지난 16일 봉쇄 확산으로 온라인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며 10만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하고 북미 지역의 시간당 급여를 4월까지 2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일상생활까지 바꿔놓았다. 글로벌 메신저 와츠앱을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8일 발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량이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센서타워에 의하면 올해 들어 10주간 애플과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앱) 판매로 얻은 수입은 각각 18%, 5%씩 증가했다.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앱 다운로드 건수도 바이러스 확산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 미국에서 각각 66%, 35%, 9%씩 급증했다. NYT는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영화관같은 전통적인 장소 대신 휴대전화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T 기술을 활용한 원격 근로 및 여가, 소비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기 시작됐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러한 생활 패턴이 지속된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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