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ELS 줄이고 달러 늘린 전략이 불확실성 시대 안전판 역할" [데스크가 만난 사람]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9 17:24

수정 2020.03.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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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관리 전문가'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위기 대비해 사업모델 다각화
작년 출범한 부동산 계열사 협업
공모리츠 등 안정적 수익원 준비
글로벌 안전자산도 꾸준히 늘려
올해 수익 목표 달성 자신있어
오익근 대표이사는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리스크관리'를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오익근 대표이사는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리스크관리'를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올해는 무엇보다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두겠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의 뒤를 이어 대신증권의 수장이 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의 말이다. 오 대표는 30년 넘게 대신금융그룹에 몸담아온 '골수 대신맨'이다. 지난 1987년 공채로 입사해 재무관리부장, 리스크본부장, 투자은행(IB)사업단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3~2018년에는 대신저축은행 대표를 맡아 업계 10위권의 우량 저축은행으로 성장시킨 바 있다. 오 대표는 재무·리스크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헤쳐나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재무안전성 강화와 유동성 보강 등 리스크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익근 대표는 또 "지난해 대신자산신탁이 출범한 만큼 금융과 부동산 계열사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공모리츠 등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공급하겠다"면서 "우량자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담 = 윤경현 증권부장

―글로벌 시장이 붕괴되는 초유의 상황이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자본시장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이 정상적인 시장이지만 많은 투자가나 증권사들은 평소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견디느냐를 염두에 둔다. 그렇지만 스트레스 상황은 매년 있다 보니 일상이 되었고, 최악의 상황도 10여 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것 같다. 지난해 내내 '올해는 안전'이라는 캠페인을 해왔다. 시장전망도 보수적으로 보면서 변동성이 커질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도 마켓리스크가 큰 위험자산을 축소하다 보니 순이익 규모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 대신증권은 변동성이 작고, 유동성이 높은 글로벌 우량자산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면서 안정성을 제고해왔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 위기관리회의를 통해 사전적 대비와 함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또, 1개월 미만 단기CP는 6개월 내지 1년짜리 중장기 CP로 전환하고, 신규로 발행하는 등 유동성을 대폭 보강해 안정성을 높였다.

―ELS 자체헷지를 줄이고 달러자산 투자를 늘리는 안정경영이 주목받았는데.

▲ELS는 기초지수가 상승하거나 일정 밴드 내에서 움직일 때는 고객과 운용사 모두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지만 변동성이 크게 되면 고객은 녹인(원금손실구간) 위험이 커지고, 운용사는 자산과 부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옵션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주가의 하락 변동성이 커지면 글로벌 IB에 지불하게 되는 증거금이 급증해 단기간에 유동성이 크게 필요하게 된다. 대신증권도 과거 ELS 운용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변동성이 증대될 때는 손실이 증가한 경험이 있어 운용 및 고객 권유를 자제하고 있다. 실제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ELS 자체헷지 리스크 한도가 3조원이었지만 지금은 1000억원으로 리스크 한도를 대폭 줄였고, 실제 800억원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다. 전임자였던 나재철 금투협회장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잘 해둔 덕분이다. 달러 자산 투자는 기축통화인 달러와 안정성이 높은 엔화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혹시나 올 수 있는 지정학적 위기나 한국의 경제위기, 글로벌 위기 등에서 고객의 자산을 지켜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환 투자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대신증권은 달러자산 투자와 함께 미국 뉴욕현지법인을 설립해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이고 환금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맨해튼을 중심으로 부동산투자를 늘려왔다. 코로나19 영향을 일부 받을 수는 있지만 환금성이 높은 달러자산이어서 자산 건전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일부 투자를 했는데 역시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익가치가 올라갈 만한 물건에 한정적으로 투자해왔다. 현재 투자한 달러와 엔화 등 글로벌 안전자산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2000억원대(세전)의 손익목표를 설정했다.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올해 증권사의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기자본투자(PI)를 포함한 운용부문이나 IB,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모두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일정이 빨라진다면, 침체국면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사업모델을 다각화 해왔다. 저축은행, 부실채권(NPL), 대체투자, 자산신탁 등 시황과 직접적 관련성이 적은 비즈니스의 수익비중이 높아져, 상대적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어서 손익이 다른 증권회사에 비해 안정적이고, 침체국면에서 오히려 투자기회가 많아지는 NPL과 대체투자부문, 저축은행, 자산신탁 비즈니스가 있어 손익관리를 하는데 숨돌릴 틈이 있는 것 같다.
"ELS 줄이고 달러 늘린 전략이 불확실성 시대 안전판 역할" [데스크가 만난 사람]


―올해 핵심 사업목표는.

▲올해 전략목표 중 하나는 업계 선도부문(Summit) 창출이다. 사업부문간 협력을 통한 차별화된 성과 창출에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스템과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츠, 금융상품 부문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모델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계획이다. 증권을 비롯한 에프앤아이(F&I),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금융과 부동산을 결합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자산신탁의 리츠AMC 본인가를 통해 리츠 및 부동산 대체투자 부문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춘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자산관리(WM)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의 신뢰를 강화할 방침이다.

―향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할 계획을 밝혔는데.

▲대신증권은 지난 22년간 현금배당을 했지만 배당성향이 일정하지 않아 주주들이 배당률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배당수준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성장을 위한 내부유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정 배당수준을 고려해 일상적인 경영환경에서는 별도기준 30~4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할 수 있는 투자조언이 있다면.

▲3년 전 2600 수준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미·중 무역분쟁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1700대까지 후퇴했다. 무역분쟁과 코로나19 사태라는 큰 암초를 만났지만 변치않는 사실이 있다. 한국이 우수한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이 위기가 지나갔을 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갈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주가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미래를 이끌어가는 기업은 가장 먼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여러 증권사가 추천하는 우량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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