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발열자 한 표라도 챙기자"… 대사관 밖 ‘격리 투표소’도 운영 [4·15 총선 국민의 선택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1 18:13

수정 2020.04.01 19:46

재외국민투표 시작된 中·日 현지 표정
中, 삼엄한 검역이 걸림돌
대사관 입구부터 3차례 발열체크
자가격리 등에 첫날 투표율 저조
日, 긴장감 속 참정권 행사
도쿄 봉쇄설로 서둘러 투표장에
긴급사태땐 투표중단 가능성도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해외 거주 유권자 선거가 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한 교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해외 거주 유권자 선거가 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한 교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기자
4·15 총선 재외국민투표 첫날인 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총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사진=주일한국대사관
4·15 총선 재외국민투표 첫날인 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총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사진=주일한국대사관
【 베이징·도쿄=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해외거주 유권자 투표가 1일부터 각 해외 공관 등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올해는 선거연령이 낮아지면서 만 18세도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주우한 총영사관과 미국 주뉴욕 총영사관 등 일부 국가의 지역 선거사무가 중단됐고, 전체 재외 투표 선거인도 53.2%인 9만1459명에 그치게 됐다. 그나마 투표 현장도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보건당국의 통제 강화, 교민의 자가·강제격리, 평일 근무시간 등 때문에 찾는 이들이 적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 한국대사관 투표소. 대사관 직원들은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감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방호복을 착용한 채 대사관 입구부터 투표소 현장까지 3차례에 걸쳐 발열체크를 하는 등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대사관 측은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열자의 한 표까지 챙기겠다며 대사관 정문 밖에 별도 투표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사실상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해외 역유입 감염자가 끊이지 않으면서 중국 보건당국의 검역 강도가 높아진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떠나 유권자 중 열이 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안전 차원에서 투표소를 따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을 비롯한 신분증을 확인하고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는 등 선거요원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투표소 입구엔 손소독제도 비치했다.

중국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성형외과 의사 오민우씨(36)는 "(코로나19 우려가 있지만) 마침 쉬는 날이고,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투표를 해보니) 편리하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첫날인 데다 평일인 점, 대부분 한국기업이 조업을 재개하면서 근로자들이 출근한 점, 중국 복귀 한국인의 자가·강제격리 등 탓인지 현재까지 투표소를 방문한 교민은 많지 않았다. 실제 이날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동안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은 20여명에 그쳤다.

대사관 관계자는 "평일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청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부터는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중 선거인의 투표율은 절반을 넘지 않았다. 19대는 28.2%, 20대는 41.0%였다. 반면 대통령 선거는 18대 68.3%, 19대 82.1%에 달했다.

올해 재중 선거인은 2만549명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은 선거사무가 중단됐고, 나머지 주중 영사관 9곳에서 투표를 진행한다. 베이징 선거 신고인 수는 4291명으로 집계됐다. 우한엔 100명 이하의 교민이 남아 있다고 주중 한국대사관은 전했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투표 후 취재진에게 "중국 교민들이 재외국민 선거 등록을 많이 했으나 중국에 돌아오신 분들 중 격리자도 적지 않고, 베이징 이외 지역의 이동도 편치 않아 투표가 기대하는 만큼 이뤄질지 걱정"이라면서도 "그래도 중국은 투표를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미 선거가 무산된 미국 다음으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일본(총 2만1957명)은 긴장감 속에서 투표소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감염 폭발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일본 내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투표소는 도쿄, 오사카, 고베, 나고야, 니가타, 센다이, 요코하마,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 모두 10개 지역에 설치됐다.

투표소엔 입장 소독을 시작으로 발열체크, 마스크 의무화, 1m 거리 유지 등 방역대책을 꼼꼼히 적용했다. 교민들도 별다른 불평 없이 주일 한국대사관 측의 통제를 따랐다.

도쿄 총영사관 등 도쿄와 수도권 지역 3곳(8687명)에 설치된 투표소에선 이날 하루 491명이 한 표를 행사했다. 직전 선거인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첫 날 355명(오후 5시 마감기준)에 비해선 증가했다.

일본에선 현재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나 도쿄 봉쇄설이 퍼지고 있다.
이 경우 통행 및 이동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투표까지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표자가 늘어난 건 이 같은 비상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소식통은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통행제한 위반에 따른 벌칙규정 여부가 선거중단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폭발 및 의료붕괴 등 위중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보다는 '정무적' 결정이 먼저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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