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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내몰린 위워크, 소프트뱅크 '자금줄'마저 끊겼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2 18:12

수정 2020.04.02 18:12

30억弗 주식 공개매입 철회
증시 폭락·코로나 확산 영향
추가 투자여력 녹록치 않아
위워크, 약속 파기 소송 검토
AP 뉴시스
AP 뉴시스
글로벌 스타트업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미국의 공유사무실 회사 '위워크(WeWork)'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0월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경영권을 인수해 구제 금융에 나섰던 일본 소프트뱅크가 약속했던 주식 공개매입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양사의 경영 환경이 모두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으며 위워크측은 소프트뱅크의 약속 파기에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롭 타운센트 최고법률책임자(CLO)는 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위워크 주주들을 상대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30억달러(약 3조6900억원) 규모의 주식 공개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매입은 지난해 10월 합의한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며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공개매입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측은 주식 매입 철회의 배경으로 위워크가 이달 1일까지 독과점과 관련한 미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고 "여러 가지 형사 및 민사 소송과 관련된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제약들이 위워크의 운영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위워크 이사회의 특별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놀라운 동시에 실망스럽다"며 소송을 포함해 모든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에 다국적 IT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를 출범시킨 소프트뱅크는 세계 곳곳에서 유망한 창업초기업(스타트업)을 상대로 투자를 진행했으며, 2019년에는 위워크의 지분 29%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위워크는 같은 해 8월 기업공개(IPO)에 시도했으나 현금 부족과 경영난에 휘청거렸다.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 회장은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워크를 살리겠다며 구제 금융을 약속하며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합의에서 금융기관과 협조 융자를 통해 위워크에 50억달러를 대출하고 15억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조기 행사하기로 했다. 동시에 30억달러를 들여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주식 공개매입을 진행해 전체 지분의 80%를 인수하기로 했다. 경영난의 원인으로 꼽히던 애덤 뉴먼 위워크 창업자는 이 과정에서 17억달러를 챙긴 뒤 경영에서 손을 뗄 예정이었다.

소프트뱅크의 자금 투입이 불발되면서 위워크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지난달 18일 보도에서 전날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주주들에게 공개매입 결렬 가능성을 통보했다면서 그 배경으로 지난달 미 증시 폭락사태와 코로나19 확산으로 현금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투자 실패에 따른 부채와 투자 기업들에 대한 실적 부진 우려로 지난달 23일 발표에서 5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큰손인 소프트뱅크 역시 투자여력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워크 또한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활동이 마비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워크의 핵심 사업인 공유사무실은 빌딩 전체나 일부를 작은 규모의 사무실로 나눈 뒤 입주자에게 월 사용료를 받고 사무 공간으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타격으로 임차인 확보는 어려운 반면 사무실 월세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 NYT는 만약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주식 인수에 최종적으로 실패할 경우 위워크에 건물을 빌려준 임대인들이 위워크 구제 금융을 의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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