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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저평가냐, 美증시 고평가냐… 세계 증시 양극화 심화 [코로나19 경제 비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8 17:34

수정 2020.04.08 17:34

뉴욕증시 여전히 거품?
미국 대표기업 CAPE 22.6배
2009년 저점 13.7배보다 '훌쩍'
신흥국은 23% 하락한 7.8배
신흥국 저가매수 기회?
지금 신흥국 PER 1.38배
금융위기 때 1.17배보다 높아
특별히 매력적인 수준 아냐
신흥국 저평가냐, 美증시 고평가냐… 세계 증시 양극화 심화 [코로나19 경제 비상]
신흥국 주가와 뉴욕증시 주가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신흥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 것이란 전망과 뉴욕증시가 고평가된 것이어서 추가 하락을 겪어야 한다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세계 대형은행들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를 인용해 신흥국 주식 가치가 미국 주식 가치에 비해 사상 최대 규모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투매하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주식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신흥국 주식을 더 많이 내던졌기 때문이다.

IIF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고안한 경기순환을 반영한 주가수익배율, 이른바 CAPE를 잣대로 삼아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부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할 만한 단일 투자지표로 간주하기도 하는 CAPE로 계산하면 신흥국 주식은 평균 순익 대비 주가가 7.8배 수준이다.
미국 주식을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 CAPE 22.6배에 비해 65% 낮은 수치다.

신흥국 주식의 CAPE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를 기준으로 했다. 이 지수는 올 들어 23%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7.5% 하락했다.

크게 차이가 나는 하락률은 아니지만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당시와 비교하면 신흥국 주식과 미국 주식 간에 희비가 엇갈린다.

신흥국 주식 CAPE는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23% 하락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S&P500지수의 CAPE는 2009년 저점인 13.7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IIF 글로벌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소냐 깁스는 미국 주식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사상 최대 규모 통화정책과 2조2000억달러의 긴급구호대책을 비롯한 미 행정부와 의회의 대규모 재정정책 기대감으로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깁스는 그러나 신흥국들은 주된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데다 관광산업이 붕괴하고 있고, 막대한 기업부채라는 삼각파도에 직면해 주식 가격이 더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초강세를 띠고 있어 이들 신흥국 기업의 달러표시 채무 부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악재가 되고 있다.

깁스는 "일반투자자, 기관투자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전례없는 속도로 현금(달러)을 긁어모으고 있고, (셧다운 등으로) 기업 실적은 아예 전망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며 대규모 실업도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구매욕이 감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베스코의 신흥시장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저스틴 레버런즈는 신흥국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은 저가 매수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 주식시장 전망을 두고 "10년여 만에 이처럼 흥분되는 순간은 없었다"면서 "신중히 골라야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주가는 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레버런즈는 러시아, 인도, 브라질을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깁스는 신흥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강력히' 눈길을 끈다면서도 성장률, 원자재 가격, 취약한 보건시스템에 따른 코로나19 충격 등이 신흥국 주식에 계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 주가와 원자재 가격 간 정(+)의 상관관계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해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면 신흥국 주가도 더 추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신흥국 증시가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뉴욕증시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JP모간자산운용 런던의 신흥시장주식담당 CIO 리처드 티더링턴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신흥국 주식이 결코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주식 PBR은 현재 1.38배로 금융위기 당시의 1.17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의 0.9배에 비해 되레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38배는 특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지금 상황은 신흥국 저가 매수 기회가 아닌 뉴욕증시 고평가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 = 경기순환을 감안한 주가수익배율(PER)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동료인 존 캠벨 교수와 공동으로 고안한 PER 기준이다. 10년 동안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순익 평균치로 주가를 나눈 비율로 계산한다. 호황이나 경기침체에 따른 PER의 왜곡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PBR(Price-to Book Ratio) =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다. 이 비율이 1을 넘으면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되고있다는 뜻이고, 1을 밑돌면 저평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PBR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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