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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감산 요구에 유가 덤핑까지...흔들리는 산유국간 신사협정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4 16:28

수정 2020.04.14 16:28

/사진=뉴스1 외신화상
/사진=뉴스1 외신화상


[파이낸셜뉴스]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간 감산합의가 국제유가 안정에 역부족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감산합의보다 두 배 더 많은 하루 2000만배럴 감산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기존 감산합의안의 시행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감산 조치에도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기 위한 가격덤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 당 0.35달러(1.5%)하락한 22.4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WTI는 난항 끝에 감산합의가 이뤄지면서 한때 3% 상승하기도 했지만, 하락세로 반전해 거래를 마쳤다.

OPEC+는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OPEC+가 결정한 감산 규모 중 가장 큰 수준이다. 글로벌 공급량(하루 1억배럴)의 약 10%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을 상쇄하기에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OPEC+가 일일 2000만 배럴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일반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1000만이 아니다"라면서 "협상에 관여해 온 바, OPEC+가 감산을 생각하고 있는 수치는 일일 2000만배럴"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감산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기존 석유 재고량이 넘쳐나고 있다. 산유국들간 합의한 감산량으로 유가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에너지 전문가 무함마드 굴람은 "이번 감산은 전례 없이 큰 규모지만 코로나19가 원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전대미문급"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팩츠 글로벌 에너지의 애널리스트들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감산 폭이 충분히 크지 않다"며 "수 주내에 바다에 떠있는 (초대형 유조선들의)원유적재량이 사상 최대 규모로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은행의 글로벌 상품 책임자 에드 모스도 "3월 중순에서 5월 말 사이에 10억배럴이 넘는 대규모 재고를 방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평가했다.

감산합의안이 원안대로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이날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가 원유 감산에서 산유국들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OPEC+는 당초 멕시코에 하루 40만배럴 감축을 요구한 반면 멕시코는 하루 10만배럴 선에서 감산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결국 미국이 멕시코의 감산 할당량 부족분 25~30만배럴을 메꾸기로 했다.

그러나 멕시코에선 '작지 않은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사외이사 출신 카를로스 엘리손도는 "기뻐할 이유가 없다"며 "국제사회에서 이렇게 벗어나는 것은 대가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평생 무엇도 공짜로 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어떤 식이 될지는 모르지만 멕시코에 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는 데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5월부터 본격 감산에 돌입하는데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인하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OPEC+의 원유 감산 합의 이후에도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5월 인도분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을 두달 연속 인하했다. 반면 미국 5월 인도분 아랍경질유 OSP는 모든 유종이 인상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아람코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가격인하를 유지한 것을 두고 국제 원유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비용 지출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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