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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생산·소비·투자 모두 추락… 고강도 경기부양책 나오나 [코로나發 세계경제 충격]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7 17:55

수정 2020.04.17 17:55

코로나 충격 지표로 확인
올해 5.6% 성장 빨간불
대규모 재정투입 불가피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한 노동시장에서 일을 구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구인광고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은 올해 처음으로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8%로, 이는 1992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AP 뉴시스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한 노동시장에서 일을 구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구인광고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은 올해 처음으로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8%로, 이는 1992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AP 뉴시스
中 생산·소비·투자 모두 추락… 고강도 경기부양책 나오나 [코로나發 세계경제 충격]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의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6.8%까지 떨어진 것은 경제·사회를 떠받치는 각종 주체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일정 기간 재화나 용역 등이 얼마나 변동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세계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올해 전체 경제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中 떠받치는 경제주체 '나락'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제조업과 광업 등 업종 동향을 보여주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보다 1.1% 감소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인 -6.2%보다는 양호했지만 1∼2월(-13.5%)에 이어 역성장 추세가 이어졌다. 1·4분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8.4% 추락했다. 휴대폰과 컴퓨터, 자동차 등의 생산이 활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경제정상화의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는 소매판매 3월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치인 -10.0%보다 훨씬 낮은 -15.8%로 나왔다. 1∼2월의 -20.5%에 이어 극심한 소비위축 현상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1·4분기는 -19.0%다. 소매판매는 백화점과 슈퍼마켓, 전자상거래 등의 매출액을 합친 것이다.

인프라 시설, 부동산, 기계장비 투자 동향을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회복이 더뎠다. 1~3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6.1%로 1∼2월의 -24.5%보다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춘제(중국 설) 연휴가 길어지면서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공사를 중단한 사업이 늘었다. 고정자산투자의 60%를 차지하는 민간 고정자산투자 역시 18.8% 축소됐다.

3월 도시 실업률은 5.9%였다.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치인 2월의 6.2%보다는 0.3%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중국의 도시 실업률이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인 농민공 실업률을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인 농민공들은 경기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직장을 잃기 쉬운 취약 노동계층"이라며 "3억명에 달하는 농민공이 실업률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난달 지적했다.

류천제 선전탄왕자산관리공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중국 수석경제학자 논단에 올린 글에서 "'마찰적 실업'으로 중국의 실업자 수가 최대 2억500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중국 전체 일자리가 7억7500만개인 점에 비춰 보면 실업률이 26%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마찰적 실업은 계절적·기술적 이유 때문에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실업을 말한다.

코로나19로 후베이성 우한을 비롯한 도시가 봉쇄되면서 부동산 투자도 7.7%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주택분양 등 사람이 몰리는 행사를 원천 차단했다.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경제충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상화 지시 이후 각 지방정부는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등 경제회복 조치에 착수했지만 당장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된다. 지타 고피나스 IMF 수석경제학자는 "2·4분기에도 팬데믹(세계적 대공황)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전염병 사태가 지속되고 재정상태가 악화되면서 세계 공급망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 0.4%보다 2.8%포인트나 낮췄다.

SCMP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가 모두 계속 역성장한 것은 1∼2월의 극적인 붕괴에 이어 3월에도 여전히 중국 경제가 높은 압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은 경제위기가 닥칠 때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통화정책도 대폭 완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도,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인 2019년에도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경제성장률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본 것과 같은 즉각적 대응정책과 달리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초점을 맞춘 채 선별적 지원을 제공하고 온건한 수준에서 통화완화 정책을 펼 것"이라며 "1·4분기 데이터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장기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림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중국에 집중될 당시 타국 정상과 통화에서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며 "장기적 경제성장의 기초여건은 변함이 없다"고 수차례 발언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 이면에 경제주체들에 내리는 사실상 '주요 지시'로 풀이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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