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생들도 나섰다'... 경희대 '대학주보' 故권대희 사건 집중보도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8 11:00

수정 2020.04.18 13:03

보도 접한 경희대 학생들 '남일 같지 않아' 
"학교 선배인 줄 몰랐다…CCTV 의무화 해야"
[파이낸셜뉴스]

"고(故) 권대희 선배님께서 겪은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공장식 성형외과 수술로 4년 전 목숨을 잃은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에 대학 언론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권씨 모교인 경희대학교 '대학주보'가 권씨 사망 배경과 어머니 이나금씨의 기나긴 싸움을 주목해 다룬 것이다. 대다수 기성 언론이 '권대희 사건'을 외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학주보의 보도가 언론계에 새로운 자극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학주보는 성형외과 유령수술, 허위·과장 광고, 수술실 CCTV 도입, 검찰의 소극적 태도 등 '권대희 사건'에 얽힌 문제점을 두루 지적했다. 보도를 접한 학생들은 학생사회 차원에서 문제해결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학교 언론 '대학주보'가 지난 13일 권대희 씨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권 씨는 지난 2016년 9월 '14년 무사고'를 광고한 강남 ㅈ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3500cc의 피를 흘리고 사망했다. 당시 병원은 권 씨를 포함, 3명을 동시에 수술했다. 끝까지 수술을 책임지겠다던 원장은 수술실을 비웠고 간호조무사가 33분간 권 씨를 지혈했다. 대학주보 제공.
경희대학교 언론 '대학주보'가 지난 13일 권대희 씨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권 씨는 지난 2016년 9월 '14년 무사고'를 광고한 강남 ㅈ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3500cc의 피를 흘리고 사망했다. 당시 병원은 권 씨를 포함, 3명을 동시에 수술했다. 끝까지 수술을 책임지겠다던 원장은 수술실을 비웠고 간호조무사가 33분간 권 씨를 지혈했다. 대학주보 제공.
■경희대 '대학주보' 권씨 사건 심층보도

지난 4월 13일, 경희대 대학주보는 두 면에 걸쳐 고 권대희씨 의료사고를 심층보도했다.

5면에 실린 "허위·과장으로 '낚고', 의료윤리 '모른체' 법안은 표류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권씨 사건을 소개하면서 성형업계의 난맥상을 짚었다.

권 씨는 2016년 9월, '14년 무사고'를 광고하던 강남 ㅈ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 성인 여성 혈액량인 3500cc의 피를 흘려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당시 병원에선 권 씨를 포함, 3명의 수술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기사는 "경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끝까지 수술을 책임지겠노라 약속했던 병원장은 권 씨의 뼈를 절개한 직후 사라졌다"며 "수술실에 남아 있던 간호조무사가 홀로 권 씨를 지혈한 시간은 33분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본지 2019년 3월 21일. ‘간호조무사 35분 나홀로 지혈... 무면허 의료행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조>

'수술실 CCTV 의무화'에도 상당한 지면이 할애됐다. 기사는 "(어머니 이나금 씨가) 아들에 얽힌 죽음의 진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수술실 CCTV 영상을 입수한 덕분이었다"고 언급하며 관련 법안이 하루 만에 철회된 '촌극'도 소개했다.

기사는 "수술실 CCTV 설치법, 일명 '권대희 법'은 작년 5월 14일, 안규백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루 만에 철회됐다"며 "법안을 철회했던 5명의 국회의원은 '의사들에게서 많은 항의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고 썼다.

경희대학교 언론 '대학주보'에 실린 고 권대희 씨 어머니 이나금 씨의 인터뷰. 대학주보 제공.
경희대학교 언론 '대학주보'에 실린 고 권대희 씨 어머니 이나금 씨의 인터뷰. 대학주보 제공.

■"내 아들같은 피해 반복되지 않도록.."

8면에는 이나금 씨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씨는 "특히 성형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이 유사한 피해를 또 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앞으로는 그런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이유를 들려줬다.

현재 병원 측 배상책임을 80% 인정하는 1심 민사 재판 결과가 나온 상황이다. 반면 형사 재판은 진행 중이다.

문제는 검찰이 간호조무사의 지혈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지 않아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가 불기소 처분됐다는 점이다.

ㅈ성형외과가 형사재판 결과로 처벌을 받아도 의사 면허는 유지된다. 병원 측 과실로 사람이 죽었지만 영업을 지속해도 문제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사는 "(의료)전문기관들이 제출한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30분가량 단독으로 지혈한 행위를 두고 의사의 지배하에 의료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감정서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사건 초기에 권씨의 모교인 경희대를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론화를 시키고자 마음먹고 가장 먼저 아들이 다녔던 학교가 생각났다"면서도 "어쩌면 부정적으로 보일 사안에 학교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불편할지 몰라 학교를 밝히는 것을 꺼렸었다"다고 떠올렸다.

늦게라도 대학주보와의 만남을 희망한 이유에 대해 이 씨는 "공장식 수술 피해자가 더 이상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니 부디 힘을 보태주길 부탁드린다"며 호소했다.

■경희대 학생들 "수술실 CCTV 의무화해야"

지난 3월 아들 고 권대희씨의 친구 노경민씨와 함께 경희대학교 서울 캠퍼스를 찾은 이나금씨가 대학교 본관 건물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16년 성형수술 의료사고로 사망한 권씨는 끝내 이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지난 3월 아들 고 권대희씨의 친구 노경민씨와 함께 경희대학교 서울 캠퍼스를 찾은 이나금씨가 대학교 본관 건물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16년 성형수술 의료사고로 사망한 권씨는 끝내 이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해당 보도를 접한 경희대 학생들은 학교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희대 16학번 A씨는 "일전에 기사를 보고 이 사건을 인식했고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서 이 사건을 다시 접하게 되었는데 사고를 당한 사람이 경희대학교 선배님이었던 것은 전혀 몰랐다"며 "학교 차원에서 힘을 내서 억울한 죽음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환경공학과 B씨도 "이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한 번 알고 나니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며 "작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다른 학생 C씨는 "나를 포함한 나의 주변 사람들 또한 언젠가는 수술대에 오를 날이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CCTV라고 생각한다"며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찬성 의견을 보탰다.

eco@fnnews.com 안태호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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