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권대희 사건' 국민청원 끝내 답변 못얻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8 09:00

수정 2020.04.18 10:27

지난달 올라온 '권대희법' 청원 3건
합쳐도 청원인 '5만명'에 못미쳐
역대 50여건 청원 중 가장 큰 관심
[파이낸셜뉴스] 50건이 넘게 올라왔지만 주목받은 건 없었다. 최근 올라온 3건 중 2건이 주목받았으나 끝내 좌절됐다. 권대희법 청원 이야기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달라며 의료사고 유족이 낸 국민청원이 끝내 청와대 공식 답변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의 ‘권대희 사건’ 지속 보도 이후 나온 세 건의 국민청원 동의가 모두 20만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생긴 이래 현재까지 올라온 50건 이상의 ‘수술실CCTV 설치법(일명 권대희법)’ 청원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았으나 개별 청원 모두 각 3만 명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18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수술실CCTV 입법 청원은 모두 3건이다. 모두 권대희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유족의 억울함과 함께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당위성, 수술실CCTV 설치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진 권대희씨 수술 당시 CCTV 영상. 수술실에 남은 간호조무사 한 명이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의무기록지와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환자 혈압이 80까지 떨어진 상황으로 추정된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수술실CCTV를 500여차례 돌려보며 의료진의 과실을 직접 입증해왔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2016년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진 권대희씨 수술 당시 CCTV 영상. 수술실에 남은 간호조무사 한 명이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의무기록지와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환자 혈압이 80까지 떨어진 상황으로 추정된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수술실CCTV를 500여차례 돌려보며 의료진의 과실을 직접 입증해왔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50건 넘는 수술실CCTV 입법 청원... 결과는?

지난달 20일 올라온 ‘권대희 사건 수술실 cctv 의무화 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은 현재까지 2만8000여명, 23일 올라온 ‘故권대희 사건, 이래도 수술실CCTV 설치를 반대하시렵니까?’ 청원은 1만5000여명의 청원 동의를 받았다. 특히 23일 올라온 청원은 권씨 어머니 이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사건의 경위와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관심을 모았다.

이 청원에서 이씨는 “제 아들 故권대희는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억울하다 못해 너무 어처구니없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라며 “아들이 떠나고 4년이 되도록 전 아직도 홀로 외롭고 힘든 법정싸움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길고 긴 검찰수사는 저에게 큰 상처만 남겼고, 사람들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다 받아들여져도 의사는 집행유예로 나올 거라고 합니다”라며 “공장식 수술을 하면서 제 아들을 무참히도 방치했던 그 병원은 아직도 버젓이 영업 중이고, 이 병원의 화려한 광고들이 온라인상에 걸려있어 전 매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광고들을 보게 되니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을 쥐어뜯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수술실CCTV는 수술실은 밀실이라 마취된 환자의 인권을 확인할 수가 없고, 환자동의도 받지 않고 행해지는 비동의 동시수술, 무면허의료행위, 성범죄, 공장식 수술 등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보호받기 위해서”라며 “정부와 국회에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수술실CCTV 설치법, 일명 권대희법을 조속히 입법화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촉구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

피해자 권씨를 넘어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막기 위해 수술실CCTV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보도된 내용들과 마찬가지로 CCTV가 의료진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주요한 입증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본지 2019년 7월 13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술실 CCTV 설치’ 환자 기본권 지킴이인가, 의사 권리 침해인가’ 참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술실CCTV 관련 청원이 수두룩하게 올라왔지만 1만명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대희 사건에서 촉발된 수술실CCTV 의무화 입법요구 관련 요구가 보다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술실CCTV 관련 청원이 수두룩하게 올라왔지만 1만명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대희 사건에서 촉발된 수술실CCTV 의무화 입법요구 관련 요구가 보다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만 크게 못미쳐... 대중 관심 절실

하지만 이씨의 청원을 포함해 수술실CCTV 관련 청원 모두가 청와대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20만명 동의 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원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동의자가 거의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올라온 두 건의 청원 마감은 19일로 남은 기간이 단 하루뿐이며, 이씨가 직접 올린 청원도 22일이면 마감된다. <본지 3월 28일. ‘멈춰선 수술실CCTV 입법... '권대희 사건' 유족 국민청원’ 참조>

이들 청원과 같은 기간 진행돼 20만 청원인을 모은 청원은 ‘n번방 사건’, ‘코로나19’, ‘민식이법’, ‘10대 렌트카 사망사건’, ‘어린이집 남아성폭행’ 등과 관련한 23건이다. 사안의 중요도가 떨어지지 않음에도 이들 청원에 비해 동의자가 크게 부족한 건 결국 기성 언론들이 사건을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술실CCTV 설치법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정 의료행위 방지와 환자 보호를 위해 수술실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기로 결정했을 만큼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데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종료된 50여건의 청원 가운데서도 수술실CCTV 필요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1455명의 청원인을 모은 한 게시물은 제왕절개 수술 중 억울하게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산부인과 대표원장이 막말을 했다며 수술실CCTV를 꼭 설치해달라고 주장한다. 증거가 없어 억울함을 따질 수 없었다는 사연이 공감을 모았다.

의료기기 판매원이 의사 대신 ‘대리 수술’을 해 이 사실을 몰래 촬영해 경찰에 제보했더니 도리어 제보자가 징역형을 받았다는 내용의 청원도 있다. 병원 측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몰래 촬영한 것이 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청원 역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종료됐다.

청원을 작성한 권씨 어머니 이씨는 “(권대희 형사사건) 공판에 오셨던 많은 분들도 청원에 동의해주기로 하셨는데 아직 힘이 모자라는 것 같다”면서도 “2만명이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고 청원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자부심도 있으니 언젠가는 재판도 청원도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 등의 사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해당 기자의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