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권대희 사건' 핵심쟁점 불기소 검사 감찰? 고검 "아니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8 14:00

수정 2020.05.23 17:32

고검 "감찰부 이송 맞지만, 통상 절차"
경찰 의견·전문감정 뒤집는 등 의혹 多
유족 "오늘 아니라도 언제든 감찰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6년 강남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의료사고로 끝내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건 수사검사에 대해 검찰이 감찰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권씨 유족 측이 고등검찰청 감찰부에서 사건 문서를 처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고검이 감찰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 부인한 것이다.

권씨 형사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강지성·현 부장 이창수) 성재호 검사의 사건 처리가 부적절했다는 의혹에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유족 측의 재정신청을 접수해 검찰의 기소여부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 사건이 고검 감찰부를 거쳐 고법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감찰이 아닌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검찰 사건조회 사이트 캡처.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 사건이 고검 감찰부를 거쳐 고법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감찰이 아닌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검찰 사건조회 사이트 캡처.

■고검 “통상적인 절차, 감찰 아니다”

18일 서울고등검찰청에 따르면 성재호 검사에 대한 감찰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재정신청 서류를 고검 감찰부에서 법원으로 송부해 감찰이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일었지만 고검이 이를 부인한 것이다.

앞서 권씨 유족은 재정신청 이후 검찰이 사건을 법원으로 송치하는 과정에서 고검 감찰부가 이를 처리했다며 사건에 대한 감찰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검에서 법원으로 사건을 송치한 검사가 항고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달리 감찰부 소속이란 것이다.

실제 검찰에서 사건을 조회하면 지난 2월 26일 감찰부 소속 검사가 사건을 법원으로 송부한 내역이 발견된다. 권대희 사건 항고사건을 처리한 김호영 검사실이 아니라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한 각종 의혹을 검증하는 감찰부에서 사건을 처리한 것이다. 권씨 유족 측이 의문을 드러낸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감찰과는 관계없는 통상적인 업무처리란 입장이다. 고검 관계자는 “A검사에 대한 후임은 B다 라고 내부 승계표에 지정을 해놓는데, 보통 상위척순위자에게 가는데 (항고사건을 처리한) 김 검사님이 최상위 고참자라 승계표상 최하위자에게 내려간 것”이라며 “이례적인 게 아니라 승계표에 그렇게 돼 있는 대로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감찰부에서 사건을 처리한 건 사실이지만 감찰이 아닌 통상의 절차란 것이다.

권씨 유족은 성 검사에 대한 감찰이 이뤄지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의심스런 게 한둘이 아닌데 검찰이 아니면 법무부든 누구든 나서서 이 사건에 대해 검토해줬으면 한다”며 “검사가 직접 경찰을 지휘해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믿으라고 했었는데 중요한 건 다 빼고 기소해버려 법정에서 싸울 수도 없게 된 것 아니냐”고 억울해했다.

유족들은 특히 성 검사와 병원 측 변호사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동기동창이라며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 2016년 서초구 ㅈ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중태에 빠져 끝내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를 앞에 두고 당시 간호조무사가 화장을 고치고 있다. 검찰은 의료진이 35분여 간 홀로 지혈행위를 한 간호조무사에 대해 수술실 밖에서도 감독을 했다며 쟁점이 된 의료법 위반 혐의를 기소하지 않았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지난 2016년 서초구 ㅈ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중태에 빠져 끝내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를 앞에 두고 당시 간호조무사가 화장을 고치고 있다. 검찰은 의료진이 35분여 간 홀로 지혈행위를 한 간호조무사에 대해 수술실 밖에서도 감독을 했다며 쟁점이 된 의료법 위반 혐의를 기소하지 않았다. 고 권대희씨 유족 제공.

■검찰은 ‘항고 기각’, 의료진은 ‘과실 부인’

경희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권대희씨는 25살이던 지난 2016년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졌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권씨는 49일 간 연명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이었다. 수술 중 발생한 과다출혈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권씨는 45kg 성인여성 혈액 전체에 해당하는 3500ml의 피를 흘렸으나 이송되기까지 한 차례도 혈액수혈을 받지 못했다. 수술실 CCTV엔 권씨를 수술한 원장이 다른 수술방에서 동시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등 의료진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해당 병원은 권씨가 보고 찾은 것으로 알려진 ‘14년 무사고’ 광고를 사고 이후에도 홈페이지 등에 버젓이 내걸었다 한 차례 처벌을 받았다. 1년 뒤 병원이 이를 재차 내걸어 다시 고발됐으나 성재호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본지 2월 8일. ‘[단독] 수술 환자 사망에도 '무사고' 광고 처벌 無... 짙어지는 검찰 '봐주기' 의혹’ 등 다수 보도 참조>

병원 업무정지나 집도의 면허 규제 등 실효성 있는 처벌을 할 수 있는 의료법 상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역시 적용되지 않았다. 의사들이 수술실을 비운 사이 간호조무사가 35분여 동안 혼자 지혈행위를 했지만, 성 검사는 본지가 입수해 공개한 불기소이유서에서 이들이 옆방 의사의 감독을 받고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의료진은 한술 더 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부인했다. 지난 7일 있었던 형사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 장씨와 그를 대신해 수술을 이어받은 의사 신모씨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혐의는 부인한 것이다.

이날 공판장에 자리한 한 변호사는 “그 사람들(피고인)이 진료행위를 한 건 맞지만 문제가 되는 건 실수인가 아닌가, 과실인가 아닌가”라며 “자신들은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기 때문에 과실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람은 죽었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는 꼴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상해, 사기죄는 물론 35분여에 걸친 간호조무사의 단독 지혈행위에 대한 의료법 위반 혐의조차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수위가 낮은 업무상 과실치사마저 인정하지 않아 책임을 물기까진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수술실CCTV를 500여 차례나 돌려보며 의료진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싸워온 어머니 이씨는, 그러나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매일이 눈물이지만 대희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끝까지 할 것”이라며 “지난 공판에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응원을 해주고 했는데, 아직은 많이 몰라줘도 사람들이 (권대희 사건을) 알게 되면 같이 나서 싸워줄 거라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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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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