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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가 최초 마이너스 대폭락...셰일 업계 붕괴 위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1 16:05

수정 2020.04.21 16:05

WTI 5월 선물 가격 추이)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 기준 배럴당 0.1달러/사진=월스트리트저널
WTI 5월 선물 가격 추이)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 기준 배럴당 0.1달러/사진=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석유 선물 가격이 만기일을 앞두고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인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수급 충격이라며 저가매수 시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가격 폭락이 이어질 경우 미국 셰일 석유 업계의 생존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21일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7일 종가(18.27달러)대비 55.9달러 내려간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판매자가 석유를 팔 때마다 구매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NYMEX 역사상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석유 선물 만기일(이달 2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석유를 보관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부분 투자자들이 5월 인도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였다. 20일 거래된 6월과 7월 인도분 WTI 선물은 각각 배럴당 20.43달러, 26.18달러에 거래됐다. WTI와 함께 양대 유종으로 꼽히는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은 같은날 배럴당 25.57달러에 장을 마쳤다. 5월물은 미국에 앞서 거래가 종료됐다. 다국적 석유 컨설팅업체인 에너지에스팩츠의 암리타 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TI 유종을 생산하는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장 탱크는 5월이면 꽉 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부분 육상 유정인 WTI와 달리 "(해상에 유정에 많은) 브렌트유는 생산하자마자 곧바로 유조선에 싣고 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폭락을 일시적인 충격으로 내다봤다. WTI 5월 선물은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 기준 전장대비 100.27% 급등하며 배럴당 0.1달러 선을 회복했다. 스위스 시장조사업체 케플러의 레이드 이안손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탱크만 찾을 수 있다면 큰돈을 벌 것이다"며 훗날 차익거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WSJ는 석유 탱크로 쓰기 위해 초대형석유운반선(VLCC) 수요가 급등했다며 현재 6개월 계약 기준 일평균 대여 가격이 10만달러(약 1억2309만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2만9000달러)보다 3배 이상 올랐다고 지적했다. 17일 기준으로 2021년 5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35.52달러에 달했다.

반면,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와 미국 내 심각한 과잉공급이 해서되지 않는 한 석유업계의 고사가 우려된다. 미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셰일 리서치 책임자 아템 아브라모프는 20일 CNN을 통해 "(배럴당) 30달러 유가도 이미 충분히 악영향을 미쳤지만 유가가 20달러, 10달러로 추락하면 이는 완전한 악몽이 된다"고 우려했다.
리스타드 분석에 따르면 20달러 유가 수준에서는 미 석유탐사·생산업체 가운데 533개가 내년 말까지 파산하고, 10달러 유가에서는 1100여개 업체가 도산한다. 20달러 유가에서는 석유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올해 700억달러 이상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되고, 내년에는 1770억달러 규모가 부도처리된다.
아브라모프는 "10달러 유가에서는 거의 모든 미 석유 탐사·생산 업체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거나 매각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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