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항공사 매달 수천억 고정지출… 대한항공도 5월이면 곳간 바닥 [심층진단 | 존폐기로에 선 항공업]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1 18:01

수정 2020.04.21 18:03

(上) 유동성 위기
항공기 90% 운항 못해 돈줄 막혀
아시아나·LCC 일부는 자본잠식
ABS등급 하향에 조기상환 위기
선불항공권 판매·유증으론 한계
항공사 매달 수천억 고정지출… 대한항공도 5월이면 곳간 바닥 [심층진단 | 존폐기로에 선 항공업]

코로나19 탓에 보유 항공기의 90% 이상이 발이 묶인 국내 항공사들이 존폐기로에 섰다. 전문가들은 항공사 항공기는 공장과 같다고 말한다. 항공기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수입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운항이 중단되면 곧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 운항이 중단돼도 매달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 탓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하나둘씩 자본시장에 매물로 거론되고 있고,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마저 4~5월 중 곳간이 바닥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존폐의 기로에 선 국내 항공업을 긴급진단하고 위기를 넘기 위한 해법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코로나19에 항공기 날개가 꺾인 국내 항공사들이 존폐기로에 섰다. 돈줄이 막히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조차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불 항공권 판매에 이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이 항공사의 곳간이 이달 또는 다음달쯤에는 바닥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오는 5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KDB산업은행의 긴급지원금 1조6000억원은 지난 7일 3000억원 차입을 끝으로 모두 사용했다. 하지만 이후 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묘연하다. 이 탓에 지난해 12월 아시아나 인수계약을 체결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커지는 ABS 조기상환 우려

21일 항공·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급이 하향되면서 조기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권 판매로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이다. 항공사가 항공권을 팔지 못하면 리스크가 커진다. 지난 3월 말 기준 ABS 발행잔액은 대한항공이 1조3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4688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10일 대한항공 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아시아나 ABS를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하면서 조기상환설이 불거졌다. 조기상환이 현실화되면 항공사는 ABS 자금을 투자자에 우선 지급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조기상환 발생을 막기 위해 기존 계약에 담보물을 더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이미 ABS에 기내면세품 판매와 마일리지 정산 채권을 추가 편입했고, 일부 지급기일을 5월 31일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항공화물 항공편 운임은 단 한 편도 담보로 제공하지 않은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채권 추가 편입은 ABS 안정성을 높일 순 있지만 전체 항공사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항공운임채권 ABS가 금융시장에서 제대로 유통되지 못한 채 인수금융기관이 떠안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기 운항중단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항공운임채권 ABS의 담보력이 점점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는 이미 자본잠식

대한항공은 국제선 노선이 여객 매출의 94%를 차지한다. 아시아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코로나19 탓에 국제선 운항이 대부분 막혔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대한항공의 국제선은 주간 공급 기준 900회가량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13개 노선을 주 50~55회 운항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줄어 돈줄은 막힌 반면 고정비는 매달 나가고 있다. 운항을 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고정비는 대한항공이 약 4000억원, 아시아나가 25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이 회사채와 ABS, 차입금 등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금액은 총 4조원 정도다. 이 가운데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1조2000억원이며 당장 이달 갚아야 할 회사채만 2400억원이다. 지난 2월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지난 3월 발행한 ABS(6227억원)로 발등의 불은 끌 수 있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지만 당장 5월부터는 뾰족한 수가 없다. 아시아나는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의 신용등급은 BBB-로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 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일부 차입금, 전환사채(CB), 금융리스까지 조기상환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등 유휴자산과 비수익사업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 당장의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선불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고,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 매각을 위해 1조6000억원(영구채 5000억원, 한도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 3000억원)을 지원했던 채권단은 추가 자금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작년 12월 아시아나 인수계약을 체결한 HDC현산의 인수포기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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