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아프리카돼지열병 옮기는 멧돼지 포획 성공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8 10:23

수정 2020.04.28 10:23

ETRI, 돼지 분비물과 ICT 장비 활용
ETRI 연구진이 낸 아이디어로 향후 ICT 기술을 접목해 개체 수 관리를 위한 절차를 설명한 CG 모습.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낸 아이디어로 향후 ICT 기술을 접목해 개체 수 관리를 위한 절차를 설명한 CG 모습. ETRI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주범인 야생멧돼지를 유인해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높고 깊숙한 칠부능선의 야생 멧돼지 출몰 예상 지역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낮은 산과 평지에서도 멧돼지를 손쉽게 포획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구제역 대응(SDF) 융합연구단이 암컷 돼지의 소변과 분비물과 전자정보통신장비를 활용해 야생멧돼지를 높은 산이 아닌 평지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ETRI SDF 융합연구단은 가축전염병 대응 노하우를 활용해 CCTV, 감응 센서 등 ICT로 출몰 사실을 실시간 관찰, 야생멧돼지를 쉽게 포획할 수 있는 유인책을 냈다.

연구진은 경북동물위생시험소와 경북 군위군 소재 둥지농장과 협력으로 암퇘지 분비물을 얻어 전북 완주군과 충북 옥천군에서 분비물로 인해 야생멧돼지가 유인에 차이를 보이는지 실험했다.

처음 3일 동안에는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고 CCTV만 설치, 관찰 지역이 평소 멧돼지 출몰이 거의 없는 지역임을 확인했다.
이후 분비물을 살포한 뒤 관찰한 실험에서는 최대 7마리 멧돼지를 유인하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우연히 멧돼지가 출몰되는지 검증하기 위해 약 2개월간 총 4회에 걸쳐 반복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실험에서 연구진은 분비물이 있는 경우에만 멧돼지가 유인됨을 확인했다.

ETRI SDF융합연구단 유한영 단장이 전국 돈사에 설치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ETRI 제공
ETRI SDF융합연구단 유한영 단장이 전국 돈사에 설치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ETRI 제공
연구진은 기존 포획 장비와 먹이를 이용한 유인방법과 병행했다. ICT를 적용한 포획 장비는 △출입구에 멧돼지 유입 감응 센서 △자동 영상 송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포획 알림 △포획 동물의 인공지능(AI) 기반 인식 등이다. 연구진이 추진 중인 연구 결과물을 활용해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TRI 유한영 SDF융합연구단장은 "축산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문제를 AI를 활용한 가축 질병 모니터링 및 대응 연구 노하우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AI를 적용, 구제역 종합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동물위생시험소 김영환 질병진단과장도 "야생 멧돼지의 개체수 조절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 확산 차단에 가장 큰 핵심요인이었다. 이번 연구진의 실험성공으로 향후 가축전염병 방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포획한 멧돼지는 관련 기관과 협업을 통해 검체를 확인,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멧돼지를 유인하는 냄새, 소리 등 주요 요인을 분석해 고라니, 야생 고양이 등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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