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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 1분기 실적 쇼크… '코로나 수혜' 택배·제약마저 악화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9 17:17

수정 2020.04.29 17:17

포드 매출 줄고 20억달러 순손실
사우스웨스트항공 9년만에 적자
성장 기대했던 UPS·3M 등도
기업수요 급감으로 실적 부진
美 기업 1분기 실적 쇼크… '코로나 수혜' 택배·제약마저 악화
코로나19 여파가 미국 기업의 1·4분기 실적을 강타했다.

자동차·항공 등 전통 제조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 이어 코로나19 대표적 수혜주로 거론돼온 택배, 제약, 식음료들마저 실적악화를 비켜가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때문에 가수요가 발생했지만 정상적인 총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증시 불안으로 IT 대형주 위주의 쏠림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택배·제약업종 수혜주마저 타격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국 CNBC 방송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포드는 올해 1·4분기 매출이 343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4.9% 줄었으며 1·4분기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4분기 순손실이 9400만달러에 달했다.
2011년 이후 첫 분기 손실이다. 스타벅스는 올 1·4분기 세계 매출이 작년 동기의 같은 점포 매출 대비 10% 줄었다.

주목할 점은 이동제한, 자택보호, 쇼핑몰 폐쇄 등 방역대책으로 충격을 받은 항공·여행업종과 달리 나홀로 성장세가 기대됐던 택배·제약 등 수혜주마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WSJ는 UPS 같은 택배업체, 마스크 품귀 사태에 직면한 3M, 사재기로 매장이 텅텅 비기까지 했던 펩시코·코카콜라 등 음료업체, 코로나19의 대표 수혜주인 화이자 같은 제약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가정용 수요는 늘었지만 전 세계 사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돼 큰 시장을 놓쳤기 때문이다.

대표적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힌 배송업체 UPS는 1·4분기 순이익이 9억65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 수요가 폭증했지만 정작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무실·상점 택배는 고갈돼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마스크 대박을 터트린 3M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4분기 마스크 매출은 1억달러 늘었지만 포스트잇을 비롯한 사무용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미주 지역 매출이 4월 20% 급감했다.

펩시코, 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들도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펩시코는 소비자들이 집에 머물면서 감자칩, 오트밀, 팬케이크 믹스 등 아침식사·주전부리 매출이 늘었지만 매출의 큰 축인 주유소·편의점의 음료수 매출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펩시코 최고경영자(CEO)인 라몬 라구아타는 "스낵·음식 부문의 긍정적 영향보다 음료 부문의 부정적 충격이 훨씬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도 사재기와 온라인 주문 급증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식당·술집·극장·스포츠구장 매출이 실종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열풍 속에 상종가를 달리는 제약업종도 타격을 비켜가지 못했다. 화이자 CEO인 앨버트 불라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등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1·4분기 매출이 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면서도 특정약품 신규 처방과 백신접종은 둔화됐다고 밝혔다.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의사의 접촉, 의사와 환자의 접촉이 줄어든 것이 이유다.

■IT 대형주 쏠림 심화

시장 내 불안심리가 팽배하면서 투자자들의 대형주 쏠림현상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되는 형국이다. 대형주를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시가총액 순위 1~5위를 차지하는 IT기업인 FAAM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가 지수 전체를 좌우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이 코로나19 때문에 증폭됐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달 S&P500 시총 상위 10개 기업이 지수 시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았다. FAAMG 기업들의 시총 비중은 전체 대비 20%에 달했다.


NYT는 미국 증시를 이끄는 FAAMG 기업들이 모두 IT기업이며 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경제 체제에서 다른 업종보다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대학의 토머스 필리폰 재무학 교수는 "지금 증시 상위 기업들은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위기에서 가장 탄력적인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최근 무역전쟁 와중에 꾸준히 현금보유량을 늘려왔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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