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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재점화 우려 '美中 2차 무역분쟁'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5 15:56

수정 2020.05.05 15:56

- 트럼프, 1차 협상 약속 이행 않으면 '파기'
- 중국, "트럼프 손쓸 방법 없을 것"
- 코로나19에 이은 세계경제 2차 파장도 우려
코로나19로 재점화 우려 '美中 2차 무역분쟁'

【베이징=정지우 특파원】1차 협정을 이끌어 내며 잠정 휴전 상태에 들어갔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코로나19의 불씨로 다시 재점화될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가 미국 본토를 잠식한 후부터 불거진 신경전이 현재는 상대국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2차 무역갈등 가능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발발한 무역분쟁이 양국을 넘어 세계경제에 충격을 줬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에 이어 2중고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1차 협상 약속 이행 않으면 '파기'
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신호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렸다. 그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링컨 기념관에서 화상 타운홀 행사를 갖고 “중국이 2000억달러(약 245조원)의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사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1차 무역협상을 파기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1월 미중 양국이 1차 합의문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협상안이 코로나19 때문에 이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데 그 배경이 있다.


당시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대중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약속한 것은 서비스 379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등 4개 부문 2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향후 2년 동안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6.8%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코로나19의 직격탄 안에 들어가자, 미국과 1차 무역합의 이행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려면 투입 재원 마련은 물론 재가공 수출을 하거나 자국 내의 소비를 전제해야 하는데, 지금 중국 경제는 내수가 흔들리고 무역마저 대부분 차단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 입장에선 코로나19 피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도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경제적 성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4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과 관련해 “우리의 우선 순위는 미국 경제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합의했던 추가 관세를 재차 부과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했다. 미국은 3700억달러(약 450조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7.5∼25%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일 미국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추가 대중 관세 여부에 대해 “그것은 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재점화 우려 '美中 2차 무역분쟁'

■중국, "트럼프 손쓸 방법 없을 것"
중국도 즉각 반응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 “무능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꺼내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1단계 미중 무역 합의 이행을 중단하고 양국은 다시 무역전쟁으로 돌아가 아무런 득도 없이 서로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 “사실 현 수준의 기존 관세가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손쓸 방법이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상바이촨 대외경제무역대학 국제경제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경제가 이미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터무니없고 코미디 같다면서 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비판했다.

미중 양국이 코로나19 신경전에서 2차 무역분쟁 우려로 확산되자, 국세시장은 먼저 반응했다. 당일 뉴욕증시와 아시아 증시가 동반 곤두박질쳤으며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 무기화할 가능성 때문에 희토류 관련주는 급등했다.

2차 무역분쟁이 불거질 경우 코로나19에 이어 세계경제에 미칠 2차 파장도 우려된다. 세계은행(WB)은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올해 1월에 2020년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2.5%로 내다봤다.
작년 6월 발표한 2.7%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근거는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제시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추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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