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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백신 개발…코로나가 준 4차산업혁명 기회 잡을 것"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0 18:25

수정 2020.05.11 13:29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에게 듣는다
"AI 최우선 두고 디지털 혁신 준비
뉴노멀 시대 대비하는데 운 좋아
의료와 교육분야 맞춤 대책 낼 것
4차위는 민간·관 연결하는 채널
정책권고 기능 강화로 시의성 제고"
지금 분위기상 코로나19를 빼고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역할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은 찰떡 궁합이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당초 3기 4차위는 인공지능(AI)을 최우선에 두고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규제개혁과 디지털혁신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와 경제적 대변혁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윤 위원장은 "백신을 만들때도 AI를 활용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에) 4차위가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하면 운이 좋다"며 "코로나19로 인해 (4차위가) 더 바빠질 것이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4차위

실제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열린 3기 4차위 전체회의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4차위의 기여 방안이 논의됐다. 전체회의에서 4차위 위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 정부가 비상 대책을 운영하는 가운데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응 방향으로 전국민의 생산적 정보 활용역량 제고와 분야별 디지털혁신을 위한 맞춤형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디지털혁신이 필요한 분야로는 의료와 교육이 꼽혔다. 윤 위원장은 의료 분야의 디지털혁신 방향성에 대해 "의료 영리화는 아니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미국과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비교됐는데, 미국의 경우 공공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목겼했다"며 "(의료 분야 디지털혁신은) 순수한 의도로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환자, 국민을 보호하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분야 디지털혁신을 통해서는 기업의 인력 부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윤 위원장은 "기업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현재 채용할 수 있는 인력들이 새로운 기술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러한 사람들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면, 결국은 온라인 비대면 교육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디지털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쓴소리도 이어갔다. 윤 위원장은 "한국은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초중고 교육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지만 대학과 대학원 교육은 형편이 없다"며 "한국 대학은 고3만을 대상으로 하니 시장이 줄고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면 시장도 커지고 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대학의 역할 재조정을 주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AI를 필두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이 강점인 한국에게는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로 내다봤다. 윤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의 교류가 줄어 여행도 하지 못하고 무역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이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약했던 부분이 강해질 수 있는 동기화와 셀링 포인트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클라우드 산업이 언급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온라인수업 등 비대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 위원장은 "클라우드 산업은 한국이 잘 하고 싶은 분야 였으나 사실 힘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 한국의 클라우드 산업은 ICT 백본 역할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한국이 잘하는 ICT에 (코로나19는) 전례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윤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비슷한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많다"며 "굉장히 많은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찾아올 것이고, 이에 대비한 기술과 사회 제도적 준비를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정부 정책 권고로 시의성 살린다

3기 4차위는 4차산업혁명 관련 현안에 대한 대정부 정책 권고 기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4차위는 대정부 정책 권고 횟수를 기존 1회에서 2~3회 늘릴 예정이다. 윤 위원장은 "4차위의 운영에 스타일의 변화를 주고자 한다"며 "가령 분기별로 1번씩 대정부 정잭 권고를 하면 시의성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4차위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민간과 관을 연결하는 소통채널로 규정했다. 그동안 4차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는 위상과 달리 정부 부처와 같은 정책 집행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윤 위원장은 "정부 부처와 달리 4차위는 자유로움이 있다"며 "양면성이 있는데, 4차위는 민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통해 정부 부처에 의견을 전달하는 조력자 역할로 장점의 성격도 있다"고 했다.

1,2기 4차위에서 풀지 못했던 타다와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4차위만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 방향성을 잡아 나갈 계획이다. 3기 4차위 첫 전체회의에서는 1,2기 4차위가 적극적으로 정부에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데이터3법 개정의 기초가 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등 성과도 냈지만, 한편으로는 타다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논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의 실질적 변화를 크게 이끌어내지 못한 한계도 보였다고 평했다. 윤 위원장은 "타다는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줄 만큼 큰 이슈였고, 거의 다 됐지만 택시 업계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서 좌절돼 아쉬웠다"며 "4차위 기간 비슷한 이슈가 생기면 상생 방안을 찾고 방향성을 정해 어떻게든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궁극적으로 4차위가 풀어야 할 숙제로는 AI에 대한 국민 이해도 제고를 들었다. 윤 위원장은 "4차위의 숙제는 국민이 (AI를) 느끼고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며 "국민들은 AI가 나의 직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AI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홍보하고 교육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권위자다. 기술적 전문성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산학연 협력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윤 위원장은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인텔 선임연구원과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응용기술부 부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서울대 공과대학 부학장, AI연구원 기획부장 등을 맡고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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