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법안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CP)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까지 아우르며 여러 규제를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최근 2∼3년 새 국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트래픽도 급증했지만, 국내 CP와 달리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이를 개선하려 법안을 손질한 것인데 모호한 문구도 있고, 업계에 심각한 갈등을 안길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가령 망 품질관리 차원에서 콘텐츠업체에 부여한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는 어느 선까지 책임에 해당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n번방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불법음란물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 의무' 조항 역시 개인정보 열람범위를 두고 대혼란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국회가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업체들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망 사용료 부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이해 당사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여론 수렴을 건너뛰고 법부터 만드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외국 업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 대표를 불러 공청회부터 열고, 무엇이 문제인지 깊이 따져보는 게 순서다.
근본적으로 망 사용료는 한국 인터넷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내 소비자의 편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내외 CP에 망 사용료를 강제로 내게 하면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과연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까지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소비자단체를 포함한 공청회를 거쳐 입법을 마무리짓는 게 맞다. 늦었더라도 그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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