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섭 VR 콘텐츠 기업 룩슨 대표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의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에서 자립한 뒤 VR기업인 룩슨을 이끌고 있는 황정섭 대표(36·사진)는 13일 이 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1기 출신이다. 회사로부터 1년간 운영자금을 비롯해 사무실, 인력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받았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에 재직 당시 최고기술경영자(CTO) 산하 디스플레이 패널 화질팀에서 일했다. 화면에서 소리가 나는 디스플레이인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을 주도하면서 음질파트 리더를 맡았다. 중책을 맡던 그가 새로운 도전할 수 있던 건 '사내벤처를 키우겠다'는 회사의 파격적 선언 때문이었다. 황 대표는 "처음 사내벤처에 도전한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모든 업무를 중지시키고 벤처 일에만 집중하게 배려해줬다"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분사에) 실패해도 3년 안에 재입사가 가능하다'는 회사의 약속이 도전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VR게임에 관심이 많아 게임학 석사학위까지 받은 게임광이다. 처음 회사에 입사한 것도 게임에 활용되는 디스플레이를 아는 게 미래에 게임회사를 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는 2019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룩슨을 창업했다. 황 대표는 "회사가 LG디스플레이 건물에 업무공간을 내주면서도 혹시 지원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해서 기존 업무하던 곳과 다른 곳으로 배정했다"면서 "오로지 VR게임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황 대표는 지난해 여름엔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제목의 VR게임을 론칭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갇혀 있는 공간을 빠져 나오는 방탈출 게임을 VR게임으로 만든 것인데 시장에서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19'에 참가한 룩슨 부스에는 게임 체험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대기시간이 1~2시간을 훌쩍 넘었다. 그는 "스트리트파이터, 파이널판타지 등을 만든 유명 회사와 부스가 붙어 있었는데, 인기가 전혀 밀리지 않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올 하반기에 이 게임의 두번째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어려움도 많다. 특히 지난해 회사에서 분사하게 되면서 인력난 등 홀로서기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함께 룩슨을 창업했던 2명의 동료들은 LG디스플레이로 복귀, 현재 황 대표가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아침 6시에 출근하면 퇴근시간이 밤 12시를 넘기는 경우가 잦다"면서 "회계, 개발, 마케팅, 홍보 등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모든 부분을 혼자 하는데 생소한 부분도 많다보니 차기작 출시도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룩슨의 분사 이후에도 사무실 지원, 법률, 회계 지원 등 기업 운영에서 전방위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와도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VR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기업으로 룩슨을 성장시켜야 하는 핵심 목표도 있다. 황 대표는 "LG디스플레이를 다니면서 회사 디스플레이 제품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가 부족했다는 걸 많이 느꼈다"면서 "LG디스플레이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룩슨이 LG디스플레이 제품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협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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