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셰일업계 1위'마저도… 파산 공포에 떠는 美 셰일기업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3 18:00

수정 2020.05.13 18:00

유가전쟁·코로나發 수요급감에
체서피크 1분기 83억달러 적자
파산 임박…후발주자들도 백기
"유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지면
셰일업체 1100여곳 사라질 것"
셰일업계가 줄도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유가하락에 따른 급격한 채산성 악화로 업계 1위사의 파산 임박설이 확산되는 등 전반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직면해서다. 앞서 미국 셰일 대기업인 화이팅석유가 업계 최초로 파산을 신청한 데다 다른 후발주자들도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연쇄파산 우려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셰일 1위 '체서피크', 파산 초읽기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더오클라호먼과 온라인 에너지 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의 대표적 셰일석유 개발업체인 체서피크에너지가 올 1·4분기에 83억달러(10조167억원) 적자를 기록,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산신청 검토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미국 셰일혁명을 주도했던 체서피크는 유가전쟁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 4월 20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마이너스대로 추락하면서 셰일오일의 설자리는 더 좁아졌다.
체서피크는 올해 임원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고, 각종 수당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또 파산을 통한 채무재조정뿐만 아니라 상장취소도 검토에 돌입했다. 다만 이마저도 성공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더오클라호먼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 투더 피커링 홀트앤컴퍼니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 셰일업계 중 10~15개만 생존할 것이라고 봤다. 향후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대형 석유기업과 일부 독립업체들의 소형업체 인수합병(M&A)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국의 셰일업계 후발주자들은 백기를 들고 있다. 지난달 1일 화이팅석유가 업계 최초로 파산을 신청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 미국 원유 시추업체인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이 두 번째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덴탈·노블에너지·할리버튼·마라톤오일 등은 올 들어 시총이 3분의 2 이상 줄어들 만큼 실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에너지 개발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관 가동 규모는 지난 1주일간 34개 줄어든 374개로 전년 같은 기간 614개에 비해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 중인 석유시추관은 292개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내년 말까지 500개사 이상 도산

미국 셰일업계 운명은 유가반등 여부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하지만 마이너스까지 급락하는 등 바닥을 친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하루 970만배럴 감산 합의에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배럴당 25.78달러다. 5주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지난 1월 50달러대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0~2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역대 최대 감산에도 수급정상화는 아직 멀었다는 우려가 높다.

저유가는 셰일업계에 치명적이다.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등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셰일업계는 채굴원가가 높다. 이에 따라 유가폭락 국면에선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다. 셰일업계는 통상 배럴당 40∼50달러일 때 채산성이 있다. 하지만 유가가 절반 수준에서 장기간 머물러 셰일업계는 유동성 고갈과 자금조달 비용 급등으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르웨이 석유컨설팅업체인 리스타드에너지는 WTI가 배럴당 20달러대에 갇히면 미국 석유 생산·탐사업체 533개가 내년 말까지 도산하고, 10달러에서는 1100여개 업체가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 셰일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고,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도 줄도산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
셰일업체들은 미국 경제호황기에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생산을 늘려왔다.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에 따르면 2020~2024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원유업체의 부채는 86억달러(10조535억원)에 달한다.
미국 내 에너지기업 중 40%가 WTI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을 지속할 경우 2년 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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