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정보공개율, 행정부 10분의 1 불과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3 14:00

수정 2020.05.23 16:20

[정보공개 현황점검 下] 문닫힌 사법부
법원 2019 정보공개율 11.8% 불과
대국민 서비스 질 올려 신뢰 회복해야
[파이낸셜뉴스] 사법부의 정보공개율이 행정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취지를 무색케 하는 운영으로, 사법기관이 국민 알권리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법부와 함께 사법정의를 세울 책임이 있는 검찰 역시도 행정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정보공개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 원문공개율은 역대 최저인 0.1%다.

전국 법원 정보공개율이 11.8%로, 행정부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fnDB
전국 법원 정보공개율이 11.8%로, 행정부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fnDB

■데이터로 확인되는 불투명한 사법부

23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 정보공개율은 2018년보다 7.3p% 하락한 11.8%를 기록했다. 국민이 요구한 정보공개청구 10건당 1건만을 공개했다는 뜻이다. 이는 전부공개와 일부공개를 합친 수치로, 요구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한 경우만 추리면 7.6%까지 낮아진다.

반면 2018년 기준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율은 91%(전부 71%, 부분 20%)다. 산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율은 더욱 높아 94%를 넘겼다. 정보의 질 등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사법부에 비해 현저히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가 정보공개에 의지가 없다는 점은 직접 정보공개를 신청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정보공개포털에 등록된 행정부 및 공공기관 상당수와 달리 사법부는 독자적인 사이트에서 정보공개청구를 받고 있다. 때문에 정보공개포털의 편리한 서비스 대신 직접 사이트를 뒤져 정보공개청구 창으로 접속해야 한다.

사법부는 이곳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보공개포털에 비해 제공하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연도별 원문공개율 등을 노출하지 않아 이용자는 사법부가 정보공개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제공하는 정보의 질도 문제다. 법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각종 이유를 들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허다하다. 행정부와 달리 전체 처리내역 가운데 공개와 부분공개, 비공개가 아닌 ‘기타’ 항목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도 법원 정보공개청구 처리내역을 보면 전체 3317건 가운데 전체공개와 부분공개가 각 253, 139건이며 비공개 역시 287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2638건은 기타로 분류되는데, 이는 청구취하 및 정보부존재 등 각종 결격사유를 들어 처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사법부와 함께 법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할 의무가 있는 검찰 역시도 지난해 원문공개율이 0.1%에 머무르는 등 국민 알권리를 내팽개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fnDB
사법부와 함께 법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할 의무가 있는 검찰 역시도 지난해 원문공개율이 0.1%에 머무르는 등 국민 알권리를 내팽개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fnDB

■법에 대한 국민신뢰 스스로 회복해야

행정기관은 기타 사례가 거의 없다. 제공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공식적으로 비공개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대하는 행정부와 사법부 간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포털에 각 기관을 일괄 등록토록 해 정보공개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각 기관이 정보공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내보임으로써 그렇지 못한 기관에게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정보공개제도의 현황을 검토해 공표하는데 이 역시 각 개별 기관에 동기부여가 된다. 제도 운영을 소극적으로 진행하는 사법부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법원이 다른 기관에 대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쏟아내고 있는 추세와도 엇갈린다. 대법원은 최근 국세청이 론스타 과세액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서울행정법원도 지난달 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업체 관련 자료 등을 유족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사법부의 폐쇄적 정보공개제도 운영은 국회에서도 수차례 지적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의 재판 업무 특성상 다른 헌법기관보다 정보공개에 제한이 따를 수 있으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법원의 투명성이 매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며 “법원은 정보공개 청구를 적극 인용,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법부 신뢰 회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정보공개포털에 등록돼 있는 대검찰청의 경우에도 2014년 이후 원문공개율이 급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검 원문공개율은 2014년 7.4%, 2015년 4.1%, 2016년 1.6%로 갈수록 불투명해졌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엔 더욱 악화돼 2017년 0.6%, 2018년 0.2%, 2019년 0.1%까지 퇴보했다.

건전한 법치국가 설립에 책임이 있는 법원과 검찰이 앞장서서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팽개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김성호 기자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