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금융전쟁 시작한 G2.. 美증시, 中기업 퇴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1 18:35

수정 2020.05.21 19:32

美 상원 '외국기업 책임법' 통과
회계감사 안받으면 상장 금지
기업 정보 통제하는 中에 맹공
첨예한 미·중 갈등이 '총성 없는 전면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중국 기업 증시 퇴출에 나서면서 기술, 교역에 한정됐던 국지전이 경제 전반의 'G2(주요 2개국) 세계대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의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져 양국관계가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폴리티코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미 상원은 20일(현지시간)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외국 기업 책임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외국 정부 소유이거나 외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가 담겼다.

이에 불응하거나 미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한 기업은 상장이 불가능하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 국가비밀보호법을 시행하는 중국 정부는 기업의 회계자료 역시 국가기밀로 분류해 회계장부 등을 중국 내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와 밀접한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공산당 관련 내용이 포함돼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자료를 외국 정부에 제출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국 상장기업에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할 때마다 퇴짜를 맞아왔다. 이로 인한 SEC와 중국 증권당국의 마찰은 10년이 넘었을 만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시장 내 모든 중국 기업들에 회계자료 공개를 요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165곳에 이른다. 법안의 하원 통과도 신속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하원 금융위원회의 민주당 브래드 셔면 의원(캘리포니아주)은 이 법안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 표시로 동반 법안을 제출했다.

이번 조치의 주된 배경으로 미·중 간 코로나19 책임 공방이 꼽힌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방금 수십만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제발 이 '얼간이(dope)'에게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다름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해줘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일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를 "악랄한 독재 정권"이라고 불러 막말전에 가세했다.

중국의 보복조치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 경제매체 시킹알파는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조만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려 사이버 보안검토조치, 독점금지법 등을 동원해 제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유럽과 홍콩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같은 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최근 중국 기업들의 런던 증시 상장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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