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좋은 포털 놔두고 왜 별도 운용···"정보공개 통합해야"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3 13:00

수정 2020.05.23 12:59

[정보공개 현황점검 中] 정보공개포털
입법·사법부 등 배제··· 기준 정립 필요
AI·빅데이터 도입 시 통합 시너지 낼 것
[파이낸셜뉴스] #. 취재 목적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던 기자 김모씨(35)는 위원회 사이트를 확인한 뒤 계획을 포기했다. 위원회가 직접 청구서를 인쇄해 본사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만 정보공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 대다수 공공기관이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청구하고 자료를 e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위원회는 정보공개율과 관련한 통계도 별도로 게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 의무를 지는 일부 기관이 정보공개 신청 및 공개정보 수령 절차를 어렵게 해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정보공개포털에 등록하지 않고 별도로 제도를 운용하는 다수 기관에서 불편이 보고된다.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 메뉴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 어떻게 청구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게 하는 경우도 여럿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청구인들에게 정보공개청구서를 작성한 뒤 본사를 직접 찾거나 우편을 통해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신용회복위원회는 청구인들에게 정보공개청구서를 작성한 뒤 본사를 직접 찾거나 우편을 통해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메뉴 찾기 어렵고, 온라인 접수 안 받고

23일 기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 등록된 기관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 대학교, 공공기관 등이다. 이중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은 전수가 등록돼 있으나 일부 공공기관과 사립대학 중에선 포털에 등록하지 않고 제도를 별도로 운용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정보공개 의무를 지는 기관 가운데 포털에 등록되지 않은 곳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등학교급 이하 학교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개별 사이트에서 정보공개청구를 안내해 받고 있는데, 거의 전수가 포털에 비해 조악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술한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아예 청구문서를 우편 또는 방문으로만 받고 있어 제도 운영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보공개법상 청구인이 요구 정보를 전자문서로 요청할 경우 그에 맞춰 보내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청구를 받는 수단은 강제하지 않고 있어 위법이 아닌 것이다.

결국 청구인은 직접 문서를 인쇄해 작성한 뒤 이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방문접수를 해야 해 타 기관에 비해 문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뿐 아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선관위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위해선 이들 기관 사이트에서 정보공개 메뉴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고역이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사이트가 여럿으로 나눠진 경우도 많아 어디에 메뉴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메뉴를 찾는다 해도 절차가 통일되지 않고 제각각으로 운용돼 편의성이 많이 떨어진다. 원문공개 등 법정된 정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다른 기관과의 공개율 통계 등도 당연히 확인할 수 없다.

정보공개청구 절차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
정보공개청구 절차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

■정보공개청구 포털 등록 강화해야

행정안전부가 정보공개포털이란 우수한 통합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개별 기관이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렇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정보공개법이 사법부와 입법부는 물론 어떤 기관에도 정보공개포털에 등록할 의무를 지우지 않고 있을뿐더러, 이 사이트에 등록할 경우 정보공개와 관련한 각종 현황이 그대로 일반에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율이 낮은 기관이라면 더 많은 비판을 받을 우려가 높아질 게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한 관계자는 “헌법상 행정·사법·입법 기관이 구분돼 있어 그런 것 같지만 어디는 등록하고 어디는 등록하지 않는 명확한 사유를 알지는 못한다”며 “(포털에 미등록된 기관의) 정보공개율도 집계나 공유가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1994년 총리훈령으로 행정정보공개운영지침을 시행하며 첫 발을 뗀 정보공개제도가 한층 발전하기 위해선 모든 공공기관이 통합된 포털에서 관리될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공개포털이 구축된 게 벌써 2006년인데 앞으로 10년 안에 AI나 빅데이터 기술을 만나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정보의 효율적 관리와 이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그게 다 포털을 중심으로 이뤄질텐데 별도로 제도를 운용하는 기관들이 많다는 건 분명한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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