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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확산 美中 갈등...美손익→中 견제 '진화'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5 16:03

수정 2020.05.25 16:03

- 美中 갈등 화약고 ‘홍콩보안법' 
- 군사 긴장감 고조되는 대만해협 
[코즈웨이베이=AP/뉴시스]지난 24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코즈웨이베이=AP/뉴시스]지난 24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중국 본토를 벗어나 홍콩, 대만 등 중화권으로 확전되고 있다. 그 동안은 미국의 직접적인 손익에 연관된 것이었지만 점차 중국에 대한 견제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전망은 사실상 희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중 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주로 공격의 위치에 있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6개월 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등 일부 국가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 배경을 미 대선에서 찾고 있다.

■美中 갈등 화약고 ‘홍콩보안법’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이 미국의 제재로 이어지고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재차 압박했다. 그는 지난 22일에도 같은 취지로 중국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 경제·통상분야에서 홍콩에게 특별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홍콩은 이러한 배경 등이 밑거름이 돼 서방 자본의 유입 통로이자,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성장했는데, 이런 혜택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홍콩보안법에 대해 “중국이 홍콩을 기본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홍콩과 중국에 부과되는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박탈당하면 중국 본토와 동일하게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홍콩의 장점이 사라지게 돼 전 세계 금융권이 홍콩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미중 갈등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른 홍콩은 전날 중국의 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사실상 ‘제2의 홍콩 민주화시위’ 시작을 알렸다. 이날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앞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홍콩 독립만이 살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은 거리에서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우고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법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 경찰은 8000여명의 인력을 지역 곳곳에 배치하며 강경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홍콩 경찰은 최루탄·스프레이 등을 발사했고 물대포도 동원했다. 소식통은 이날 집회에서 체포된 시위대 수가 2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이번 시도는 충동적 행동이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준비한 고의적 행동”이라며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대처에 정신이 팔린 사이 중국이 최근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힘을 마구 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매캠벨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대만해협을 북에서 남으로 통과했다고 태평양함대가 발표했다. (사진출처: 미국 태평양함대 페이스북 캡처)
[서울=뉴시스] 미국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매캠벨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대만해협을 북에서 남으로 통과했다고 태평양함대가 발표했다. (사진출처: 미국 태평양함대 페이스북 캡처)


■군사 긴장감 고조되는 대만해협
또 다른 중화권인 대만에선 미중 사이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 상당의 최첨단 어뢰를 대만에 판매키로 승인하자, 중국 국방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 등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는 그러면서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며 대만해의 평화와 안정, 미중 양국 관계 발전에 피해를 준다”면서 “중국군은 국가주권과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대만해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실질적 군사행동 계획도 포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올 여름 대만 동남쪽 필리핀해에서 훈련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면서 대만과 분쟁도서인 프라타스 군도(대만명 둥사군도)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교토통신과 홍콩 매체 동망도 오는 8월 중국군 남부전구가 하이난다오 부근 남중국해에서 프라타스 군도 탈환을 상정한 상륙공격 훈련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이에 맞서 보하이만 등 대만해협에 함정을 수시로 보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놓고 미중이 팽팽한 군사적 대치를 벌이는 양상이다.


한정 중국 부총리는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심의에서 홍콩과 대만 대표단을 만나 “중앙 정부가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데 당연히 행사해야 하는 권리와 책임”이라며 “중앙 정부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고도의 자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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