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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6 13:59

수정 2020.05.26 14:35

월포드 대변인 역할 제니퍼 코넬리
꼬리칸 출신의 혁명가 레이턴
넷플릭스가 25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 / 사진=뉴시스
넷플릭스가 25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TV시리즈로 재탄생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원작과 다른 드라마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억압받는 꼬리칸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킨다는 기본 설정은 같지만, 그 여정은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설국열차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꼬리칸 혁명주동자 중 한명인 레이턴(다비드 디그스 분)이 전직 형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열차 내 신격화된 존재인 월포드의 부름을 받고 범죄를 파헤치게 된다는 점이다.

‘열차 내 유일무이한 형사’라는 지위를 부여 받은 레이턴은, 마음 속에 혁명의 의지를 감춘 채 살인사건 해결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열차 내 다양한 공간을 드나든다. 시청자는 레이턴을 따라 ‘현대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열차 내 다양한 공간을 둘러본다.

영화가 설국열차가 달린지 17년 지난 시점이라면, 드라마는 7년 남짓 지났다는 점도 차이다.
시작부터 혁명은 꼬리칸 사람들 의 내부 분열과 예상치 못한 레이턴의 차출로 차질을 빚는다.

살인사건을 끌어들인 TV시리즈는, 혁명의 성공 여부보다는 꼬리칸을 대표하는 전직 형사 레이턴과 월포드 대변자인 멜러니의 대립을 통해 현대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에 좀 더 방점을 찍은게 아닌가 추정된다.

■ 사회를 통제하는자, 혁명을 꿈꾸는 자

월포드의 정체(?)가 1화 마지막에 밝혀진다는 점도 영화와 다르다.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멜러니는, 정체를 숨긴 채 스스로 월포드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열차 내 발생하는 모든 일을 살피고, 통제한다. 열차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인 다역을 해낸다.

1등칸 승객의 호화스러운 불평은 ‘접객팀 소속 총괄 책임자' 자격으로 듣고, 역시 같은 입장에서 꼬리칸 출신의 전직 형사와 설전을 벌이며, 때로는 열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엔지니어들과 전력 문제로 이견을 빚는다. 갑작스러운 눈사태로 동물 칸의 동물이 얼어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직접 현장에 출동해 사태 파악에 나서기도 한다.

극소수에게 월포드로 통하는 '멜러니’ 역할의 제니퍼 코넬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열차는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상징한다”며 “모든 사람은 소속된 칸과 자리가 있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상업화되고 상품화되어 있는 열차의 운영 방식은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레이턴’ 역할의 다비드 디그스 또한 “’설국열차’는 세계를 축소시켜 우리가 사는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 투쟁 그리고 생존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와 닮았다는 점에서 ‘설국열차의 소재와 주제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멜러니와 레이턴의 가치관 충돌도 이 시리즈를 보는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니퍼 코넬리는 멜러니에 대해 “강력하고 능력 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짓궂은 캐릭터”라고 설명하며 “레이턴의 열정,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헌신,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이 멜러니 안에 잠자고 있던 어떤 부분을 일깨운다”고 캐릭터의 변화를 암시했다.

다비드 디그스는 “레이턴은 도덕 관념이 뚜렷하고, 꼬리칸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낀다. 멜러니와 레이턴이 만나고 충돌하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상대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아주 어려운 문제들에 관해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전했다.

생존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다른 사회를 꿈꾸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지가 관점 포인트인 셈이다.

■ 풍부해진 열차 내 풍경과 그 곳 사람들이 사는 법

‘설국열차’ 내 공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상위 탑승객들이 사용하는 화려한 식당칸이나 음악이나 공연을 즐기는 향락의 클럽칸, 온갖 작물을 수확하는 농장칸 등 다채롭다.

제니퍼 코넬리는 “개별 열차 칸이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를 이룬다. 디자인에 반영된 창의성과 기발함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다비드 디그스 또한 “(세트장의) 디테일과 구체성이 엄청났다”며 그린 스크린이나 블루 스크린이 아닌 세트를 제대로 제작해 “캐릭터가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그건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설국열차'를 미리 본 외신은 호불호 의견을 내놓았다.

“살인 미스터리와 계급 전쟁이 불협화음을 낸다”(더 플레이리스트), “봉준호 감독의 비전에 한참 못 미친다”(인디와이어)는 부정적 반응과 “원작의 콘셉트와 사회적 우화가 시의적절하게 반영된 드라마로 (시즌2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시리즈가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코믹북)이라는 호평이 혼재한다.


한편 ‘설국열차’ 1, 2화는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며, 다음 편은 매주 월요일마다 한 편씩 공개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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