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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놓고 美-中 '강대강' 지속... '일촉즉발'(종합)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7 13:13

수정 2020.05.27 14:18

트럼프 “아주 강력하게...”
中 관영 “허풍일 뿐”...전인대 28일 표결
홍콩 입법회 ‘국가법’ 초안 심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중으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허풍’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중국 정부도 홍콩보안법 수정안을 통해 처벌 대상을 넓히면서 강대강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 입법회는 오는 27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모독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국가법 안건을 심의했다. 이에 맞선 홍콩 범민주화 진영의 대규모 시위는 대중교통 방해와 총파업 등으로 열리지 않았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불쾌감을 나타내고 이에 대해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불쾌감을 나타내고 이에 대해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아주 강력하게...”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으며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듣게 될 것”이라며 “내 생각에 아주 강력하게…”라고 시사했다.

미국은 중국 전국민인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를 건너뛰고 오는 28일 직접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 보장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대하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이 그 동안 주장했던 발언을 감안하면 제재 조치는 홍콩이 누려왔던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 특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에게 중국 본토와는 다르게 관세 등 분야에서 혜택을 부여해 왔다. 이 덕분에 홍콩은 금융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그(트럼프)는 중국의 시도에 불쾌해하고 있으며 만약 중국이 홍콩을 장악한다면 홍콩이 어떻게 금융 허브로 남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홍콩을 탄압하려고 시도하는 중국 관리와 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거래 통제와 자산 동결도 압박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1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전인대는 이날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정부 업무보고 초안, 외상투자법 초안 등을 통과시키고 폐막했다.
【베이징=신화/뉴시스】1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전인대는 이날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정부 업무보고 초안, 외상투자법 초안 등을 통과시키고 폐막했다.

■中 관영 “허풍일 뿐”...전인대 28일 표결
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이 같은 ‘중국 때리기’에 대해 “미국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 꼼짝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개입을 위한 실질적 능력도 약해지고 있다”며 “백악관은 대중 제재를 가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나 자원은 발병 전에 동원할 수 있던 것보다 적다. 허풍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또 “미국이 부여한 특별 무역 지위는 중요하긴 하지만 홍콩의 금융 중심지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라며 “중국 본토가 호황을 유지하는 한 홍콩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강대강 대응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 헌법·법률위원회는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를 예방, 금지, 처벌한다’에서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한 홍콩보안법 초안을 전인대 주석단에 제출했다.

홍콩대 법학원 사이먼 영 교수는 “수정안은 잠재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보안법 초안이 홍콩 시위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태우거나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하는 개인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수정안은 이 시위 ‘활동’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 명인 마이클 티엔은 “시위가 벌어지던 도중에 일부 시위대가 갑작스럽게 폭력 행위를 할 수도 있는 법”이라며 “이럴 경우 본의 아니게 이 폭력 시위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까지 처벌받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인대는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보안법 초안을 표결한다. 중국 안팎에선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즈웨이베이=AP/뉴시스]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24일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코즈웨이베이=AP/뉴시스]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24일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홍콩 입법회 ‘국가법’ 초안 심의
한편 홍콩 입법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국가법 초안을 2차 심의한다. 법안은 심의를 거쳐 내달 4일께 입법회를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안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도 금지한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는 행동 역시 할 수 없다. 이는 미국식 경례이며 중국식으로는 차렷 자세로 경의를 표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해도 처벌받는다.

이러한 조항들을 어기면 최고 징역 3년 형이나 5만 홍콩달러(약 8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당초 같은 날 대규모 집회가 예상됐던 범민주 진영의 반대시위는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의 도로를 봉쇄하고 대형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며 3000여명의 병력과 함께 물대포, 장갑차 등을 배치해 놓고 있다.

중국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다오상 홍콩 주둔 부대 사령관은 전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와 인터뷰에서 “중앙의 결정과 계획을 단호히 실행하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철저히 실현할 것”이라면서 “홍콩 주둔부대는 홍콩에서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중요한 힘으로서 홍콩보안법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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