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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누구든 치열하게 승부할 것…대선 출마 공식화”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9 00:31

수정 2020.05.29 00:53

중앙언론과 잇단 인터뷰 “경선과정서 지사직 유지하며 도전” 
코로나19 선제적 대응 위상↑…“도정 전념한다더니” 비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fnDB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2007년 17대 대선 경선 도전 이후 두 번째다.

원 지사는 지난 27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공식화했다. "2022년 대선이 국가 운명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저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2년 후 대선에 모든 걸 던질 각오

원 지사는 이어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직 자치단체장 신분이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중도·보수 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내가 참여해도 제주지사직에서 물러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선에서 이기게 되면, 그 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지사직을 사퇴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적폐 청산을 내걸고 집권했지만, 이념 세력으로서 본질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상식적 비판을 거부하고 편가르기와 여론몰이로 정치·경제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우리가 치열하게 혁신하면, 2년 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최근 채널A와도 만나 "저는 도전자이고, 야당의 주자다. 여당의 후보가 누구든 치열하게 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는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풍운의 시대인데, 혼자 오두막에 있을 수 없는 거 아니냐. 저도 몸을 던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대신 현역 제주지사로서 책임이 있고 도민들에게 약속한 것도 있다. 이 부분들을 소홀하지 않도록 하겠지만 어차피 제주도도 나라가 있어야 제주도가 있는 거 아니겠나. 나라가 다 기울어 한쪽 방향으로만 만약에 휩쓸려 간다고 했을 때 제주라는 게 동떨어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혼자 오두막에 있을 수는 없다"

앞서 지난 8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 도전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2년 뒤 대선을 위해 내가 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다"던 소극적 모습에서 적극 행보로 바뀐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6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평화공원에서 수소드론을 이용해 공적 마스크를 가파도로 배송하는 수소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2020.03.16 제주도 제공/fnDB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6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평화공원에서 수소드론을 이용해 공적 마스크를 가파도로 배송하는 수소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2020.03.16 제주도 제공/fnDB

이를 두고 원 지사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기 제주도지사 선거구도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중앙정치 행보에 사과하며, 도민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제주도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것이 제 정치의 처음이고 끝"이라고도 했다. 지난 2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맡을 당시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제주경제 회복을 위해 약속한 도정수행에 전념하고 책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중앙정치 눈 돌릴 여력 없다더니

불과 한 달 전, 제주도의회 제381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 상황 극복과 제주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중앙정치가 아닌 제주도정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사뭇 다른 행보다.

원 지사는 당시 "21대 총선 결과로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원 지사가 야권 지도체계 지각변동으로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여당 의원이 보수진영 구원투수설을 제기한 데 대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관광산업을 비롯해 제주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으며, 민생 위기로 다른 곳에 눈 돌릴 여력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맡을 당시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제주경제 회복을 위해 약속한 도정수행에 전념하고 책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원 지사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도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정에 전념하겠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말로 무소속으로 당선된 원 지사를 기억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는 제주를 놔두고 중앙정치 행보만을 일삼는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 초선 의원 설문…야권 후보 1위

원 지사는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차 전국위원회와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한겨레신문 1만호 기념식에 참석했다. 앞서 22일에는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21관 다큐영화 ‘아홉스님’ VIP시사회에도 참석하면서 조심스럽게 중앙정치무대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3선 국회의원이자 재선 도지사로서,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한 발 빠른 대응으로 대선주자로서 위상도 높아졌다. 동아일보가 지난 13일 보도한 21대 국회 초선 당선자 설문조사에서는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 중 최종 후보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 인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중 36명이 이낙연 전 총리를 선택했다. 야권에선 차기 대선 후보는 “없다”는 응답이 2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원희룡 제주도지사(12%),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10%),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7%), 유승민 의원(8%),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2%) 순이었다. 해당 설문조사는 초선 당선자 151명 중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편 원 지사는 2000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총선에 나서 서울(양천갑)에서 3선 국회의원(16·17·18대)을 지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새누리당 후보로 제주도지사에 당선됐고, 2018년에는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앞서 초선 시절인 2002년에는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공동대표로 활약했고,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2009)과 사무총장(2010)·최고위원(2011)도 역임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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