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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와이파이·원격근무… 기존사업 우려먹는 '한국판 뉴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1 16:30

수정 2020.06.01 18:17

공공시설 19만곳 그린 리모델링
친환경기술 100곳에 R&D 지원
성장동력인 인적자본 투자 빠져
공공와이파이·원격근무… 기존사업 우려먹는 '한국판 뉴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코로나19 충격 버티기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구상 아래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의 1단계 그림이 나왔다. 정부는 5년간 한국판 뉴딜에 76조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당장 과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기 과제를 발표했다. 전시성 사업,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은 제외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한국판 뉴딜 추진 계획을 포함해 발표했다. 지난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을 주문한 지 한달여 만이다. 정부는 추가 과제를 담은 최종 종합계획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판 뉴딜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1단계에는 비교적 단기적 과제들이 담겼으며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2023~2025년 추진되는 2단계 과제들에는 45조원이 투자된다. 정부는 당장 올해 추진할 과제를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5조1000억원을 반영키로 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축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2022년까지 디지털 뉴딜에 26조8000억원, 그린 뉴딜에 12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각 33만개, 13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망 늘리고 원격근무 지원

디지털 뉴딜 사업 가운데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높은 사업은 '데이터 구축·개방' 사업이다. 정부는 15개 분야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14만개 공공데이터를 개방키로 했다. 아날로그 데이터를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14만개의 일자리가 발생할 전망이다.

농어촌과 초·중·고 교실에 인터넷망을 구축해주는 사업도 포함됐다. 정부는 민간 통신사와 함께 농어촌 마을 1300개에 초고속인터넷망을 보급한다. 주민센터, 보건소 등 공공장소 4만1000곳에도 고성능 와이파이를 설치한다. 초·중·고 교실 38만실 중 와이파이가 없는 19만7000실에도 와이파이를 구축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요가 높아진 원격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16만곳에 원격근무시스템 이용 바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벤처 밀집거점 1562개소에 공동 화상회의 인프라도 만든다.

■공공건축물 18만8000곳 그린化

그린뉴딜에는 노후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이 담겼다. 어린이집 1058개소, 보건소 1045개소, 의료기관 67개소, 공공임대주택 18만6000호가 대상이다. 또한 55개 전체 국립학교(유·초·중·고)에 태양광시설과 친환경 단열재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산단을 조성하고 스마트 생태공장 100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스마트 생태공장은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방식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제로(0)화한 공장이다. 오염 배출을 낮춘 사업장을 말하는 '클린팩토리'는 기존 계획보다 200곳 늘어난 700곳을 발굴키로 했다.

정부는 5대 선도 녹색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녹색 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청정 대기 △생물 소재 △수열 에너지 △미래 폐자원 △자원 순환(포스트 플라스틱) 분야가 선정됐다.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100개사를 선정해 2022년까지 연구개발(R&D), 실증, 사업화 등을 지원한다. 녹색융합기술 분야 인재 5000명도 양성한다.

■인적자본 투자 빠진 한국판 뉴딜

한국판 뉴딜을 대표할 만한 간판사업이 없고, 기존 사업에 '한국판 뉴딜'이라는 탈을 씌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순애 서울대 공기업정책학과 교수는 "일부 지속사업들이 그린뉴딜에 포함됐는데, 이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떨어지고 정책에 대한 국민 체감도도 낮아진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주요사업 두세 가지만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데이터 구축, 개방 등은 수년째 거듭해왔던 일이기에 친숙도가 높다. 노후 경유차 15만대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사업은 이미 시행되고 있던 지속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 사업도 국토부 주도 아래 시행되고 있던 사업이다.


한국판 뉴딜에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은 담겼지만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빠진 것은 아쉽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원은 인적 자본"이라며 "고용안정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결국 복지 분야에만 돈을 쓰겠다는 것인데, 이건 기본이다.
더 나아가서 성장동력이 될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방안이 한국판 뉴딜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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