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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회복에 미 셰일 석유 다시 꿈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8 07:59

수정 2020.06.08 07:59

[파이낸셜뉴스]

미국 WTI 유가 추이(배럴당 달러); 근월물 기준 /사진=팩트세트, WSJ
미국 WTI 유가 추이(배럴당 달러); 근월물 기준 /사진=팩트세트, WSJ

미국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면서 가동을 멈췄던 미 셰일석유 유정들이 속속 재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새 유정 개발을 부추길만큼의 가격 회복은 아니지만 기존 유정 가동을 위한 비용은 뽑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석유생산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OPEC+가 하루 970만배럴 감산을 한 달 연장하기로 했지만 미국의 석유생산은 이미 확대되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경제재개 움직임과 이에따른 유가 40달러(4만8300원) 회복에 힘입어 미 셰일석유 생산이 다시 늘고 있다.

미 셰일석유 업체들은 4월 2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37.63달러(4만5500원)까지 추락하자 일부 유정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유생산을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유가 회복에 자극받아 파슬리 에너지, WPX 에너지 등 주요 셰일석유업체들이 일시 폐쇄했던 유정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하루 1300만배럴 이상을 기록했던 사상최대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산유량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석유수요가 4월 저점을 지나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요는 부족한 상황이어서 미 산유량 증가가 석유시장 안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비 13% 적은 하루 약 8600만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급속한 유가 회복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셰일석유 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들어 봉쇄가 완화되면서 자동차 운행이 늘었고, 덕분에 유가는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WTI는 지난달 금액으로도, 상승폭으로도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도 11% 더 올라 5일 배럴당 39.55달러(4만7800원)로 마감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42.30달러(5만1100원)로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미 주요 송유관 업체인 에너지 트랜스퍼의 켈시 워런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셰일석유 생산) 분지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5월 첫째주 이후 산유량이 꾸준히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트랜스퍼에 따르면 자사 송유관을 거치는 석유량은 3~5월 약 20% 감소했지만 이달중 감소폭의 약 절반이 회복될 전망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유가는 신규 유정 개발에는 불충분하지만 기존 유정 재가동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기존 유정 가동비용을 충당하려면 평균 유가가 배럴당 23~36달러(4만3500원) 수준이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최대 석유업체 가운데 하나인 EOG 리소시스의 케네스 보데커 CEO는 "30달러(3만6200원) 중반대에서는 생산이 중단됐던 일부 유정의 생산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IHS마킷은 이 속도로 생산이 재개되면 올 봄 줄었던 산유량 하루 175만배럴 대부분이 오는 9월에는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전체로는 미 산유량 감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IHS마킷 부사장 라울 르블랑은 신규 유정개발이 없으면 미국의 내륙 석유생산이 30% 넘게 급감할 것이라면서 이는 전세계 그 어느 곳보다 가장 가파른 산유량 감소폭이 된다고 우려했다.

세일유정은 기존 유정과 달리 쉽게 고갈되는데다 미국의 신규 유정 개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내 신규 유정 시추 건수는 70% 넘게 급감했다.


송유관업체 에너지 트랜스퍼의 워런 CEO는 유정 감소 속도가 장기적으로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한 수준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미 석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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