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낯섦과 아픔이 나의 자산" 뮤지컬 디바 2인의 인생 2막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8 18:18

수정 2020.06.11 20:41

'렌트' 속 행위예술가 전나영
영국 웨스트엔드서 활동하다
한국 무대서 존재감 과시
"진정한 나를 찾았어요"
'모차르트!'의 아내 해나
두차례 아이돌그룹 해체 딛고
뮤지컬배우로 성장하는 중
"무대 오르면서 치유받았어요"
뮤지컬 '렌트' 모린 역의 전나영
뮤지컬 '렌트' 모린 역의 전나영
뮤지컬 '모차르트!' 콘스탄체 역의 해나
뮤지컬 '모차르트!' 콘스탄체 역의 해나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은 '렌트'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가 6월 나란히 개막한다. '렌트'에 새로 합류한 전나영(31)과 '모차르트!' 무대에 서는 해나(29)는 최근 대형 뮤지컬 무대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웨스트엔드서 활동하던 전나영은 '아이다'를 시작으로 한국 배우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보디가드'서 무대를 장악한 해나는 두 차례의 아이돌 그룹 해체의 아픔을 딛고 뮤지컬 배우로 도약했다.

■'렌트'를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 찾아

"작품 속에서 내가 맡은 행위예술가 '모린'의 자유분방함이 정말 좋아요. 네덜란드에서 자유롭게 살던 내 안의 나영이 모린을 통해 이곳 한국에서도 환영받는다는 느낌이랄까요."

웨스트엔드서 동양인 최초로 '레미레라블'(2013~2014년)의 판틴 역을 따낸 주역. 다양한 인종 속에서 살아와 오히려 생김새가 똑같은 사람들이 많은 한국이 더 낯설었다는 전나영은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배우다. 2005년 '햄릿'을 시작으로 '미스사이공'(2011~2012년) 등을 네덜란드에서 공연했고, 웨스트엔드를 거쳐 2015~2016년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에스메랄라 역)를 통해 국내 무대에 섰다.
이후 해외서 활동하다 2019~2020년 '아이다'로 복귀했다.

전나영은 "2015년 한국에 왔을 때는 무대 안팎에서 '런던에서 온 판틴'이라고 우아한 이미지가 강조됐다"며 "나와 안 맞는 옷이었다. 스스로 얌전하게 굴어야 한다고 옥죈 면도 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아이다'를 거쳐 '렌트'에 이른 그는 삶의 중심을 잡은 듯했다. "'아이다'는 한국어 대사로 연기를 해야 해 아주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덕분에 뿌듯함이 남달랐죠. 또 이 작품은 좋은 선배 배우 최재림과 아이비를 만나게 해주었죠."

그들과 함께 출연하게 된 '렌트'는 협력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 덕분에 유난히 자유롭고 편하며 이전과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다 같이 둘러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모린이 돼야 한다기보다 내 안의 모린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 사회적으로 터부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의 젊은 관객을 사로잡았고, 퓰리처상과 토니상도 석권했다. 전나영은 "당시 에이즈는 감염 원인을 몰라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줬다"며 "'렌트'는 죽음과 맞닿은 이 시기,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질문한다"고 말했다. 6월 13일~8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아이돌 시절 아픔이 뮤지컬배우 해나의 자양분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죠. 실용음악과에 간 것도 아이돌 데뷔한 것도 노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젠 뮤지컬을 잘하고 싶어요."

'모차르트!'에서 아내 콘스탄체 역을 맡은 해나는 2013년 아이돌 그룹 '키스 앤 크라이', 2016년 '마틸다'로 데뷔했지만 해체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우울해하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이었다. 2018년 11월, 윤공주·아이비와 함께 루시 역을 따낸 그는 조승우·홍광호·박은태와 한 무대에 섰다. 2019~2020년 '보디가드'에선 대선배 김선영과 가수로 유명한 박기영, 손승연과 함께 주역을 소화했다. "'모차르트!'는 평소 정선아 선배 버전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즐겨 듣고 불렀기에 꼭 출연하고 싶었는데, 한 번의 고배 끝에 마침내 배역을 따냈죠."

20대의 힘든 나날들은 지금의 해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해나는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겸손함을 갖게 됐다"며 "지금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정말 감사하고 꿈만 같다"고 했다.

"아이돌 시절에는 외모나 몸매, 나이에 강박증처럼 집착했죠. 전 그때 28살이었는데 갓 데뷔한 친구와 띠 동갑인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뮤지컬계로 오니까 자기관리 잘한 선배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거예요." 그는 "무대에 오르면서 마치 심리치료를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 "여기선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이 와요. 선배들이 성원해줘서 방송 활동할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더 열심히 살고 싶어졌어요."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섬세하면서 역동적인 드라마로 풀어낸 작품. 모차르트 역 김준수와 박강현, 박은태가 이름을 올렸고 그의 아내 콘스탄체 역에 김소향, 김연지, 해나가 함께한다.
애초 11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날짜를 16일로 조정했다. "얼마나 소중한 공연인지 알기에,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후회하지 않을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나 역시 온전히 감동을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6월 16일~8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