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숙씨의 슬픔…37년만에 만난 아빠는 딸을 외면했다

뉴시스

입력 2020.06.16 15:40

수정 2020.06.16 15:40

1983년 충북 괴산 한 주차장서 발견 미국 입양 후 귀국해 친부 찾아나서 딸과 만남 거부한 부친에 소송 승소 10분간 짧은 만남…"모른다"로 일관 선글라스에 경호원까지 대동해 등장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해외로 입양됐다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부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은 강미숙(카라 보스)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 승소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12. leech@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해외로 입양됐다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부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은 강미숙(카라 보스)씨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 승소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12. leech@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해외 입양인 최초로 친생자 관계 인지 소송에서 승소한 30대 여성이 헤어진 지 37년 만에 어렵게 친부를 만났다. 하지만 끝내 어떠한 말도 들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미숙(38·카라 보스)씨는 전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부 A씨와 만났다.

강씨는 1983년 11월 버려진채 발견돼 이름해 미국으로 입양됐고, 어른이 돼 한국에 돌아와 법원 승소 판결 끝에 이날 첫 만남을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만남은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무척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경호원 2명을 대동해 변호사 사무실에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라 강씨는 친부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통역이 있었지만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제대로된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모든 물음에 "모른다"로 일관했고, 자리를 벗어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강씨는 결국 어머니에 대해서는 묻지도 못하고 10분여 만에 짧은 만남을 끝내야했다.

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버지를 만났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내 말을 들으려는 의지가 없거나 일종의 인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매우 적대적인 태도였고,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입양 34년 만에 친부를 찾아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 끝에 승소 판결을 받은 강미숙씨. (사진=강미숙씨 제공)
[서울=뉴시스] 미국 입양 34년 만에 친부를 찾아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 끝에 승소 판결을 받은 강미숙씨. (사진=강미숙씨 제공)
강씨는 1983년 11월 충북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발견됐고, 다음해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의 한 백인 가정에 입양 보내졌다.

친부모에 대한 원망을 안고 자란 강씨는 네덜란드 남성과 결혼했고, 이후 당시 친부모도 어쩔 수 없이 자식을 버렸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강씨는 2017년 3월 미국 입양 3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아 나섰다. 충북 괴산을 방문해 전단지를 뿌리고, 수소문했지만 강씨는 친부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강씨는 한국계 입양인들이 모여 DNA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에 자신과 사촌 관계일 가능성이 큰 유학생을 찾았다.

이를 단서로 유전자검사를 했고, 딸과 친부 사이일 확률이 99.9%에 해당한다는 한 남성을 찾았다. 그 남성은 A씨였지만, 그는 강씨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결국 강씨는 지난해 11월18일 친생자 관계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지란 혼인외 출생자를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하는 절차다.


법원은 지난 12일 "강씨는 A씨의 친생자 임을 확인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듣고 강씨는 눈물을 흘렸고, A씨를 만난 후 어머니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결국 A씨와의 만남은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전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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