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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변조된 사문서 다시 변조..사문서변조죄 아냐“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8 12:00

수정 2020.06.18 12:00

대법 “변조된 사문서 다시 변조..사문서변조죄 아냐“
[파이낸셜뉴스] 한번 변조한 사문서를 다시 변조한 경우에는 사문서변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이미 변조된 부분을 다시 권한 없이 변경했다고 해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사문서변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63)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3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사문서변조 혐의를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02년 6월 N사가 I사에 발행한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자 란에 기재된 ‘상호 I사, 성명 이OO’ 부분 중 이OO 부분을 지우고 그 자리에 본인의 이름을 기재한 뒤 이를 사본하는 방법으로 N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1장을 변조했다.

이후 박씨는 2017년 8월 지인인 정모씨가 제3자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반환 민사소송에서 정씨와 공모해 앞서 변조한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자 란에 기재된 본인 이름을 지우고 이를 사본하는 방법으로 N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1장을 다시 변조한 뒤 담당판사에게 제출했다.

박씨와 정씨는 결국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박씨에게 징역 1년 3월, 정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해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박씨는 항소했지만 2심은 항소를 기각,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언급하며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의 내용 중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미 변조된 부분을 다시 권한 없이 변경했더라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2002년 6월 권한없이 N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중 이OO 부분을 지우고 본인 이름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변조한 부분은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처럼 본인 이름 부분을 임의로 삭제했더라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변조된 사문서를 재변조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법원 관계자는 “사문서를 처음에 위조한 것이 형사처벌 대상인 만큼 위조된 사문서의 재변조에 대한 처벌은 중복처벌로 허용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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