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원자 결합 찰나의 순간을 세계 최초로 관찰 성공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5 00:00

수정 2020.06.25 10:52

금삼합체 형성과정 관찰… 동시 결합 아닌 순차적 결합
향후 산업·공업분야 촉매 효율 높이는데 활용 가능할 듯
분자구조. 게티이미지
분자구조. 게티이미지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가 탄생하는 찰나의 모든 과정을 포착해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여러 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을 밝혀내 산업과 공업분야에 쓰이는 다양한 촉매 효율을 높이는데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원자의 결합으로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금 원자 세개를 통해 금 삼합체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관찰결과 금삼합체는 3개 원자가 동시에 결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개 금 원자가 35펨토초(1000조 분의 35초) 만에 먼저 빠르게 결합한뒤 360펨토초 뒤 나머지 결합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원자들의 움직임은 1억분의 1㎝였다.

또한, 화학결합이 형성된 후 원자들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원자들 간의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도 관측했다.

연구진은 원자결합의 순간을 관측하기 위해 특수 광원인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제1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게 되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25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의 모식도. IBS 제공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의 모식도. IBS 제공
한편,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구성한다. 하지만 원자는 수 펨토초에 옹스트롬(1억분의 1㎝) 수준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전에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사이언스, 2005년)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네이처, 2015년) 분자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했었다. 이번에는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든 원자의 움직임을 관찰한 것이다.


화학반응의 시작인 반응물과 끝인 생성물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구조를 유지하지만, 반응과정의 전이상태의 경우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 까다로웠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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