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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동행세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8 16:25

수정 2020.06.28 16:25

쇼핑시즌의 대명사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시작해 12월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온 미국이 쇼핑 열기로 달아오른다. 백화점·할인점이 마지막 재고를 털어내는 대대적인 행사를 펼친다. 할인폭이 크고 품목이 다양해 소비자들 지갑이 활짝 열린다. '블랙'은 당초 세일 인파에 지친 경찰들의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표현한 단어였다.
그 뜻이 1980년대 흑자로 돌아선 유통업체 장부 색깔로 재해석되면서 밝은 기운을 전파했다고 한다.

영국엔 박싱데이(Boxing day)가 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크리스마스 다음 날 귀족들이 하인들에게 선물과 보너스를 담은 상자를 건넨 데서 기원을 찾는다. 지금은 영연방국가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11월 말부터 연말까지 열리는 대규모 세일 이벤트를 통칭한다. 소도시 작은 전통마켓도 빠지지 않는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쇼핑축제로는 중국 광군제가 있다. 애인 없는 독신자의 날로 통하는 11월11일, 외로운 솔로들을 타깃으로 쇼핑몰 알리바바가 주도한 대형 할인행사다. 마윈 전 회장의 아이디어로 2009년 시작해 해마다 각종 신기록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다. 지난해 20만개 브랜드가 참여해 하루 44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중국과 해외 스타들이 총출동한 공연 동영상은 하루종일 세계인의 눈을 붙잡았다.

코로나19 극복과 소비진작을 위한 대규모 할인행사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26일 시작됐다. 7월12일까지 전국 600여개 전통시장, 동네슈퍼 5000여곳, 백화점,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이 일제히 참여해 할인 공세를 펼친다. 계란, 전복, 활어부터 자동차까지 안 파는 게 없다. 11월 열리는 한국판 블프 '코리아 세일 페스티벌(코세페)'과 다른 것은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규모도 크다. 하지만 해외 쇼핑축제와 달리 '동행세일' 역시 정부가 판을 짠 관제행사다.
종래 정부 입김 아래 치러진 코세페는 늘 흥행이 저조했다. 동행세일은 다를까.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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