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7일 방한하는 비건, 북미대화 물꼬 틀까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5 17:53

수정 2020.07.05 18:39

北 최선희 북미회담 일축했지만
'트럼프 메시지'따라 반전 가능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7일부터 방한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연일 예측불가의 상황속에 급변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가지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서둘러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일 담화를 통해 "우리와의 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면서 최근 크게 불거진 '10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정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에 하루 앞선 지난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비상방역사업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고 평양종합병원의 건설을 독려하는 등 내치와 관련된 발언만 공개했다. 대남 및 대미 메시지는 일체 언급되지 않은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북한에 "대화 문이 열려있다"고 말했던 미국의 입장에 북한은 이처럼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해석도 분분해지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바라는 미국의 태도변화, 즉 대북제재에 관련해 선제적 조치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은 물론 실무대화에도 나설 용의가 없다는 뜻도 밝혔다는 점에서다.

또 같은 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ICBM 화성-14형의 실험발사 3주년을 재조명하며 "강하지 못하면 상갓집 개만도 못한 노예가 되며, 존엄을 잃으면 곧 망국과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과 섣불리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한 날 ICBM을 언급한 것은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협박 보다는 강온 전략을 함께 구사한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면서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실험 발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중요한 치적 중 하나로 꼽아왔다.

다만 현재 북미간 협상 재개 가능성을 놓고는 여전히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동력이 떨어진데다 실현 가능성도 희박한 북·미 비핵화 협상을 다시 추진해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상황 관리가 더욱 절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대선이 4개월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도 하나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극적인 반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는 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다시 얘기를 해보자'는 뜻을 전하면서 대선을 앞둔 기간 북한의 경거망동을 통제하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 역시 "비건 부장관이 온다면 그것은 북한과의 진일보한 핵협상을 위해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차원일 것"이라면서 "미국도 현재로선 그 수준 이상의 결과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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