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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블록체인 스타트업 살릴 대책 만들어야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7 13:36

수정 2020.07.07 13:36

[파이낸셜뉴스] 요즘 블록체인 기사를 쓰다보면 낯익은 기업들 이름이 부쩍 눈에 띈다. 예전부터 출입했던 대기업들이 속속 블록체인 사업에 손을 뻗치는 것은 시장이 형성돼 가고 있다는 징조이니 한편 반갑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언택트 사회의 핵심기술로 꼽고, 본격 육성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비대면으로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사회에서 블록체인은 기술의 특성상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해 정보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당연히 주목받을 기술이다. 정부는 블록체인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7개 분야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가 언택트 사회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빠르게 대응책을 만들었다 싶어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이구순의 느린걸음] 블록체인 스타트업 살릴 대책 만들어야
이렇게 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데, 정작 시장을 키워갈 주인공은 좀 안타깝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대기업들에게 느끼는 반가움의 반대편이 있다. 2년 3개월 전 블록체인 기사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업 이름이 드물었다.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과 반짝거리는 아이디어, 기대에 찬 열정으로 시장에 뛰어든 새내기들이 대부분 기사의 주인공들이었다.

지금은 그들이 없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기업 198개 중 매출을 내는 기업은 44개에 불과했다. 매출이 없고, 규제 불확실성에 성장가능성도 불투명하니 투자도 제대로 못 받았다. 그러다 그들은 시쳇말로 '탈블'했다. 블록체인 산업을 떠났다는 말이다.

지난달 카카오톡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지갑 '클립'이 출시됐다. 스마트폰에 운전면허증을 저장해 뒀다 필요할 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도 시작했다. 출시되자마자 득달같이 스마트폰에 내려받고, 운전면허증도 저장해 뒀다. 그런데 정작 쓸 데가 없다. 가상자산지갑이라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고민하거나 선택할 서비스가 없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신박하게 자랑하고 싶은데 꺼내 보일 일이 통 안 생긴다.

시장은 열렸는데 서비스가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아쉽다. 작은 몸집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어 내놓고, 실패다 싶으면 바로 접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지금 서비스를 만들어줬어야 하는데...시장이 열리고 있는 지금 탈블한 스타트업들의 빈자리가 안타깝다.

기사를 쓸 때 내 습관은 제목을 먼저 써놓고 단락별로 기사를 메워간다. 그런데 블록체인 스타트업 살릴 대책을 만들라는 제목을 쓰고 보니 어색하긴 하다. 한국에서 어떤 스타트업인들 살릴 대책이 안 필요하겠는가 싶으니. 그래도 굳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살리자고 콕 찍어 얘기하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인터넷, 바이오, 모빌리티 같은 분야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 자리가 한참 뒷줄인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은 우리와 선진국들이 같은 줄이거나 반걸음 쯤 앞서있다고 나는 자신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대기업들이 함께 블록체인 스타트업부터 핀셋으로 찝어 살릴 대책을 만들면 승산이 높지 않을까 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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