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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건 방한 맞춰 北 “미국과 대화 없다”..한미 해법모색 고심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7 14:09

수정 2020.07.07 14:09

비건 방한날 맞춰 北 미국에 "마주 앉지 않겠다" 
美 대선 얼마 남지 않아..상황 관리 차원 노력해
北, 북미대화 추진 노력하는 정부에는 '오지랖'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뉴스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꽉 막힌 북한 관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7일 오산공항을 통해 방한한다. 비건 부장관은 2박 3일 동안의 방한 동안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과 두루 만나 한반도 현안에 대한 해법 찾기에 몰두할 예정이다.

특히 비건 부장관과 우리 외교안보라인은 북한과의 대화 계기를 만들어 단기적으로는 북·미 대화 촉진, 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대화 재개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반면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미국은 조미(북·미)대화를 자국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도 담화를 통해 “대화는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면외교가 어려워진 가운데 비건 부장관이 부득이 방한을 한 것은 북핵문제의 궁긍적 해결보다는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북한의 돌출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불안정한 대선 가도에서 북한이 대미 도발에 나설 경우 그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북·미 대화에 나선 이후 북한을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한 외교적 업적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건 부장관은 정부 외교안보라인과 만나 4개월가량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북한의 경거망동을 억제할 수 있는 묘책이 없는지를 탐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재선 이후 후일을 기약해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목표로 북·미대화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북·미 대화 과정에서처럼 ‘중재자’적 역할을 다시 한 번 맡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이 같은 의지에 대해 ‘오지랖이 넓다’거나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한다’며 원색적으로 조롱했다.
권 국장은 “남쪽 동네에서 조미(북·미)수뇌회담 중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헷뜬 소리들이 계속 울려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의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면서 "그 노력의 결과가 나올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상당히 온건한 수준의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에 대해 북한이 날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국과 미국 간 공조에도 균열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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