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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분쟁, '경제 공격'에 中 판정패?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09 16:01

수정 2020.07.09 16:01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과 인도의 히말라야 국경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양측이 휴전 합의를 통해 서로 군대를 물리는 형식으로 극단적인 충돌은 일단 피했다. 그러나 인도 내의 반중국 정서가 확대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중국이 사실상 판정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은 국경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채 중·인도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양국은 이를 놓고 끊임없이 충돌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히말라야 갈완계곡에서 군인 600여명이 맞붙어 수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중국군은 히말라야 국경지대에 신형 곡사포를 배치했고 인도군은 탱크를 이동시키면서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고조돼 갔다.
여기다 양국은 분쟁의 책임은 상대방에 있다며 국제 사회에 연일 홍보전을 벌였다.

그러나 인도 내에서 반중정서가 불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당초 인도 정부는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중국산 불매운동 등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자국의 주권·안보·공공질서를 침해했다며 틱톡, 위쳇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명목은 국가안보지만 국경분쟁에서 파생된 반중국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인도는 13억5000만명의 인구로 중국 못지않게 내수시장이 매력적인 국가다. 이 가운데 1억2000만명이 틱톡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제공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 사용자는 8억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트댄스 입장에선 자국의 분쟁으로 전체 사용자 중 15%를 잃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킹즈’ 등도 인도에서 인기를 누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는 5세대 이동 통신(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도 화웨이, ZTE(중싱통신)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는 중국 창청 자동차의 인도 현지 공장 가동 승인을 보류했다. 당초 창청 자동차는 미 제너럴모터스가 쓰던 공장을 4억98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내년부터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중국산 에어컨·자동차 부품·철강 등 370여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인도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650억 달러(77조7000억원) 이상의 상품을 인도에 수출하는 중국 기업들의 물건을 사선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73% 가량 점유하고 있는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 상위 5개 스마트폰 브랜드 중 4개가 중국 제품이다.

인도 최대 철강회사 중 하나인 JSW그룹, 인도 최대 이륜차 업체인 히어로 모토코프 등 민간기업도 거래처에서 중국을 제외하며 반중국 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은 인도에 대한 경제적 반격을 자제하고 있다. 그간 외교적 분쟁 이후 상대국에 지속적인 경제 보복을 가했던 중국과는 다소 다른 태도다. 오히려 “인도의 조치는 차별적인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경지대에서 군사적 위협은 사실상 중단했다.

다만 자존심이 걸린 만큼 관영 매체를 통해 국경 분쟁에서 인도 책임론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으며 국경지역 사회기반시설 개선 공사도 이어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분석가를 인용, “인도와 중국은 무역 투자와 기술 협력 관계를 국경분쟁과 분리시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서 “국경분쟁이 확대되면 투자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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