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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고 사라졌던 오빠 안아준 여동생…40년 만에 극적 만남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0 14:54

수정 2020.07.10 15:11

서귀포경찰서 성산파출소 도움으로 제주도서 남매 상봉 
평생의 죄책감…아픈 기억 훌훌, 다시 가족의 끈 이어가
40년 만에 다시 만난 오빠 구성회씨와 여동생 구옥자씨. [사진=성산파출소 제공]
40년 만에 다시 만난 오빠 구성회씨와 여동생 구옥자씨. [사진=성산파출소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40년 전 여동생에게 돈을 빌린 후 사라진 70대 오빠가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만나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10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서귀포경찰서 성산파출소(소장 강상훈 경감)에서 여동생 구옥자씨(66·경기도 남양주시)와 오빠 구성회씨(73·서귀포시 성산읍)가 40여년 만에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경기도 이천시가 고향인 남매가 헤어진 것은 지난 1980년대 초다. 당시 오빠는 군에서 전역한 후 신혼부부였던 여동생 부부로부터 사업자금 용도로 집 보증금인 200여만원을 빌렸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사정이 어렵게 되면서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동생은 오빠가 노숙자로 지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살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오빠는 1987년 제주도에 정착했고, 선박 폐선사업과 농사로 자수성가했다.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평생의 짐이었다.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에 수년 전부터 여동생을 찾아 나섰지만 행적을 알 수 없자, 오빠는 지난 6일 성산파출소에 “여동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여동생은 “경찰에서 연락이 와 오빠 이름을 말하는데, 처음에는 오빠가 사망해 연고자를 찾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여동생을 찾은 오빠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첫 인사를 건넸으며, 경찰에도 “죽기 전에 동생을 만나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이야기를 다 풀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여동생도 “세상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오빠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매우 기뻤다”며 아픈 기억을 훌훌 털고 가족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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