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이재명 지사 국회에 편지 "수술실CCTV 법제화하자" [김기자의 토요일]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18 07:00

수정 2020.07.18 09:50

이재명 지사 명의 의원 전원에 서한 보내
"부작용 없고 만족도 높다" 법제화 요청
법안 통과 없이 민간병원 확대 "어려워"
김남국 의원 대표발의, 권칠승 의원 동참
박능후 복지부 장관 "실태파악 하겠다"
[파이낸셜뉴스] 대법원 무죄취지 판결로 도정 수행에 탄력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술실CCTV 법제화’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경기도가 이 지사 명의로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수술실CCTV 법제화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도내 공공의료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하고 민간병원에도 확대를 추진해온 이 지사의 거침없는 행보에 국회가 응답할지 주목된다.

20대 국회에서 한 차례 논의 없이 폐기된 법안은 최근 김남국 의원(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1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된 상태다. 본지 취재 결과 김 의원실 외에도 여당 내 다수 의원이 관련 법안 발의를 물밑에서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 유지가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하루만인 17일 역점 사업인 '수술실CCTV' 확대에 국회가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했다. fnDB
대법원의 무죄 취지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 유지가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하루만인 17일 역점 사업인 '수술실CCTV' 확대에 국회가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발송했다. fnDB

■이재명 지사, 국회에 "역할해달라" 요청

18일 경기도와 국회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17일 오후 21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수술실CCTV 법제화’에 대한 관심과 역할을 당부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에서 이 지사는 “지난해 여러 의원님들께서 (수술실CCTV 법제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주셨지만 안타깝게도 법안에 대한 논의가 끝나기 전에 20대 국회의 임기가 마감되어 결국 법제화에 이르지 못했다”며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병원 수술실CCTV 설치’에 대해 의원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구하고자 이렇게 글을 띄운다”고 문을 열었다.

이 지사는 이어 “수술실CCTV 설치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수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며 “대리수술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환자와 병원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간호조무사 등 직접 의료행위를 해선 안 되는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사례가 수사기관에 수건 입건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의원급 병원에서 안면윤곽이나 지방흡입 등을 받다 사망 및 중태에 빠진 사례, 수술 전후에 의료진이 마취된 환자에게 성추행을 한 의혹 등이 제기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수술실CCTV 설치를 통해 환자 인권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마취 상태로 수술대에 누운 환자에게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을 때, 수술실CCTV가 피해를 입증하는 결정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지는 한국 법체계에선 쓰임이 더욱 크다고 평가된다.

경기도가 17일 오후 이재명 지사 명의로 21대 국회의원 300명에게 발송한 서한. 서한엔 '병원 수술실CCTV 법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김성호 기자
경기도가 17일 오후 이재명 지사 명의로 21대 국회의원 300명에게 발송한 서한. 서한엔 '병원 수술실CCTV 법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김성호 기자

■법안 통과 없이 자율참여는 어려워

이 같은 이유로 경기도와 전라북도 등 일부 지자체가 나서 도내 공공의료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 취임 후 수술실CCTV 확대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이번 서한에서도 “2018년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한 후 지난해 5월부터는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전체로 확대 운영 중”이라며 “시행 이후 별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민 공감대와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최찬욱 전라북도의회 의원이 도민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한 수술실CCTV 인식 조사에선 조사대상의 90% 내외가 수술실CCTV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의 성공적 운영과 여론의 절대적 지지에도 전국 병원으로의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다. 지자체장의 직접 영향력이 미치는 건 공공의료원뿐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병원은 자발적으로 수술실CCTV 설치 여부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의 단체가 수술실CCTV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속 표명하는 등 민간병원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가 민간병원에 수술실CCTV 설치비 전액을 지원한다는 파격 혜택을 내걸고 공모를 진행했음에도 참여한 병원이 고작 3곳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전국 공공의료원 최초로 수술실CCTV를 설치, 운영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CCTV 화면. fnDB
전국 공공의료원 최초로 수술실CCTV를 설치, 운영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CCTV 화면. fnDB

■김남국 의원 대표발의, 복지부는 '실태파악' 약속

이 지사가 국회에 서한을 띄워 관심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경기도는 현재 민간 의료기관의 수술실CCTV의 설치·운영을 뒷받침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술실CCTV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관련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법안 발의 당시부터 복지위 소속 의원의 참여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폐기가 예고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본지 5월 30일. ‘[단독] 의원 한 명도 '논의하자' 제안 없어··· 수술실CCTV 법안 폐기 전말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해당 법안은 지난 9일 김남국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의해 21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됐다. 여당 중진 등 몇몇 의원이 발의를 검토한 가운데, 의사 출신 변호사 등 전문성 있는 보좌진을 갖춘 김 의원실이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강제하고 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이를 촬영하고 보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법안엔 공동발의자로 복지위 소속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이름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권 의원은 법안 발의 엿새만인 15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건복지부에서 광범위한 샘플을 전수조사해서 현재 수술실에 CCTV가 어느 정도 설치돼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장관은 권 의원의 요구에 “유족들과 오랫동안 논의가 돼 왔던 사항”이라며 “좀 더 실태 파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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