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끊이지않는 '암묵적' 공직사회 성비위, 왜?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0 17:44

수정 2020.07.20 17:44

공공기관장 성폭력 발생땐
상급기관 신고 매뉴얼에도
사건이후 불합리 처우 우려
피해자, 적극적인 대응못해
지자체를 비롯한 경찰까지 공무원 조직 전반에서 '암묵적' 성비위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파문 이후 대처에 나섰지만, 이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비롯해 최근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광역지자체장의 성추문은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경찰 조직 내에서도 성추행 의혹으로 서울지역 한 경찰서의 경정급 고위 간부가 해임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8년 3월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씨의 성폭력 피해 공개 이후 같은 해 6월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을 발표했다.

재발방지 메뉴얼이 나왔지만 지자체 내에서 성비위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어 왔다. 강제성을 띄지 않는 매뉴얼이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사건 처리하기에는 무리인 내용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매뉴얼에는 성폭력 고충 관련 신고를 '공공기관의 장의 경우는 상급 기관에 전달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장의 성비위 관련 신고를 일일이 보고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공무원 사회 내에서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결국 피해는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성비위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증거수집을 위해 녹음하고 언론에 제보하는 수 밖에 없다"며 "내부 감사실에 신고해봤자 파면으로 절대 가지 않고 경징계에 그칠 것이 뻔한데다 이후 경징계 처분받은 가해자가 향후 어떻게든 피해자에 불합리한 처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와 관련해 여성 공무원들 사이에선 의견을 개진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서울시 A구청에서 근무중인 여성 공무원 B씨는 공무원 조직 내 발생하는 성비위 관련 언급조차 꺼려했다. B씨는 "(성비위 관련해) 현직 공무원은 알고 있어도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며 "현직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겠냐"며 말을 아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번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을 두고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단체는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는 등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피해 사실을 알리더라도 공무원 조직 내 특유의 강한 위계질서와 적극적인 집단 대응이 어려워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사건 이후에도 같은 조직에서 머물러야 하는 피해자는 '꼬리표'가 붙어 업무를 이어가기도 어려운 실정에 피해자들이 결국 목소리를 내지 않고 수 년을 앓고, 삼킨다는 지적이다.

한편 박원순 전 시장의 변사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 피소 관련 박 전 시장에 최초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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