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여전히 모호한 'n번방방지법'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3 17:31

수정 2020.07.23 17:31

[기자수첩] 여전히 모호한 'n번방방지법'
지난 5월 발의된 지 이틀 만에 초고속으로 법안소위원회를 통과되면서 '졸속 입법'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n번방방지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나왔다. 연 매출 10억원 이상인 인터넷 업체는 제2의 n번방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하는 사업자로 지정되면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 정보일 경우 금칙어, 연관검색어 등으로 검색 결과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불법촬영물일 경우 게재를 제한하는 조치를 하고, 불법촬영물임을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사업자가 임시로 차단하거나 제한한 뒤 방심위에 심의요청을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인터넷 업체의 불법촬영물 삭제·차단 의무는 오는 12월부터,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는 내년 12월부터 시행된다.

n번방방지법은 발의부터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는 순간까지 논란이 지속됐다.
n번방 사건이 일어난 텔레그램을 규제할 수 없어 실효성 문제가 있었고, 인터넷사업자가 디지털 성범죄물 검색·유통을 막기 위해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간 사적 대화를 들여다볼 수 있어 검열 논란도 있었다.

시행령을 보면 n번방방지법의 배경이 된 텔레그램을 규제할 방법을 찾지 못해 태생적 한계인 실효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텔레그램은 사업자 소재지 파악이 어려운 데다 해외사업자인 구글, 페이스북과 달리 국내대리인조차 두고 있지 않아서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한계점을 인지하고 경찰청, 해외공관 등과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2의 n번방 사건을 막을 근본적 방안은 아니다.

사업자가 취할 각종 조치 기준도 모호하다.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할 대상 서비스가 구체화되지 않았고, 검색제한이나 필터링 등 기술적용을 할 성능평가의 세부기준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법안과 시행령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으로는 입법 초기 문제가 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지할 수 있도록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하위고시나 법령해설서에는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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