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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금호,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 놓고 '네탓 공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6 16:49

수정 2020.07.26 16:49


금호-HDC현산 M&A 협상 쟁점
금호ㆍ아시아나 HDC현대산업개발
M&A 계약상 주요 선행조건 마무리…계약 종결 제안 계약상 중요 부문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위반
자회사 부채비율 등 쟁점부문 이미 설명 인수상황 재점검 위해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재실사 제안

[파이낸셜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 간 네탓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 해결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지만 인수 무산후 진행될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소송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부채증가 등 현산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이미 충분히 설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현산 "8월중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이날 금호산업에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현산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면서 "지금까지 인수상황을 재점검하자고 10여차례 요구했으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재점검에 신속히 응할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산업은 최근 러시아 등 해외에서 기업결합신고가 모두 끝나 인수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계약을 종결하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14일 현산 측에 보냈다.

현산이 요구하는 재실사 대상은 △인수계약의 기준이 되는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했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대규모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사에 대해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의 전환사채 상환 관련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이다. 현산은 이 부분들을 살펴봐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으로 거래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산 관계자는 "진정한 해결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면서 인수조건 재협의를 구실로 계약해제만을 염두에 두고 보여주기식 거래종결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계약의 이해당사자 사이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진행돼 거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간곡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인수무산 뒤 계약금 소송 준비하나
하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측은 부채증가 등 현산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이미 설명을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지난달 "부채 증가는 회계기준 변경이 주된 원인이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재무제표의 신뢰성과는 무관하다"고 밝힌바 있다. 현산이 주장한 재실사 등과 관련, 금호산업 관계자는 "재실사 요청과 관련해 현재로선 특별한 입장이 없다"면서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호산업과 현산간 계약 지연에 대한 책임 공방이 계약 무산 후 진행될 계약금 반환 등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산은 인수를 포기하게 될 경우 계약금 25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어 인수 의지는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부채비율 등 과실문제를 거론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것이다.

다만 계약 만료 시한이 오는 12월까지인 만큼 아직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인수 무산 보다는 향후 재개될 협상 과정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3228억원에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2조1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수가 지연되며 7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서혜진 기자